세계 3대 굴착기용 유압실린더 제조사(디와이파워), 국내 대표 자동차 모터 제조업체(디와이오토), 국내 1위 골프카·이동식(카고) 크레인·자동세차기 기업(디와이이노베이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디와이그룹 계열사의 최근 성적표다. 조병호 회장이 1978년 설립한 디와이그룹은 한때 외국산이 점령하다시피 했던 산업용 기계 시장을 석권했다. 독보적 기술력을 지닌 국내 1위 계열사들을 바탕으로 지난해 1조원에 육박(9983억원·전년 대비 26% 증가)하는 매출을 올렸다. 올해 사상 첫 매출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맏형’격인 디와이파워는 국내 유압실린더 분야를 개척한 업체다. 대형 굴착기가 관절을 굽혔다 펴며 무거운 물체를 옮기는 힘은 유압실린더에서 나온다. 독일 만과 일본 기업에서 유압실린더 기술을 익힌 조 회장은 국산 유압실린더를 개발하겠다는 일념으로 동양유압을 창업했다. 디와이파워의 전신이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해 미국 캐터필라, 스웨덴 볼보, 일본 히타치·코벨코·스미토모 등 세계 주요 굴착기 업체에 유압실린더를 납품하고 있다. 수출 비중은 70%에 달한다. 전 세계 건설경기 회복으로 굴착기 수요가 커졌고, 굴착기 업체들의 유압실린더 외주 제작(아웃소싱) 수요도 높아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디와이오토는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 확대 수혜 기대가 크다. 미래차 전장화의 필수 부품인 모터를 주력으로 삼고 있어서다. 차 유리창을 닦는 와이퍼 시스템과 측면 유리를 올리고 내리는 데 쓰이는 파워윈도 모터, 엔진 냉각을 돕는 쿨링팬 모터 등을 현대자동차·기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에 납품하고 있다. 차량용 모터 시장에서 국내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에서도 독일 보쉬, 일본 덴소 등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업체 리비안에 리어와이퍼용 모터를 납품하고 있다.
이 회사가 현대차와 공동 개발한 ‘센서 클리닝’ 기술은 2023년 양산될 현대차의 상업용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량 ‘아이오닉5 로보택시’에 적용될 예정이다. 센서 클리닝이 실제 양산되는 자율주행차에 장착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센서 클리닝이란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가 흙탕물이나 새 배설물 등으로 오염될 경우 자동 세척하는 장비다.
디와이그룹은 유압실린더 기술을 활용해 카고 크레인과 콘크리트펌프카, 골프카, 자동세차기 등의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 분야 사업을 맡은 디와이이노베이트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71% 급증한 1524억원을 기록했다. 골프카의 국내 수요 급증과 일본 수출 증가, 카고 크레인과 콘크리트펌프카의 동남아시아 수출 확대 덕분이다.
선진국의 리조트, 놀이공원 등에서 보편화된 마이크로모빌리티 시장에 내년 진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5년 내 매출을 두 배(3000억원)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무(無)노조’ ‘이익공유제’ ‘독서경영’ 등 독특한 기업 문화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2002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이익공유제를 도입해 당기순이익이 매출의 3% 이상이면 초과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김지현 디와이 대표는 “수출 다변화와 신사업 진출을 통해 분야별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