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빗, 예치금 포인트 지급 중단

입력 2022-05-08 17:41
수정 2022-05-09 00:28
암호화폐거래소 코빗이 투자자들에게 예치금의 1%를 원화 포인트 형태로 지급하는 ‘데일리 보너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데일리 보너스를 유사수신 행위로 해석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다. 거래소가 은행으로부터 받은 투자자 예치금 이자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안조차 위법 논란이 일고 있어 관련 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코빗이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KRW포인트에 대해 유사수신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코빗은 자체적으로 포인트 지급을 중단했다. 대신 지난 3일부터 포인트로 주던 금액만큼을 비트코인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확정이자를 주고 자금을 조달하는 수신행위는 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권 등 허가를 받은 금융사만 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다른 업권에서 확정이자 방식의 리워드를 주고 자금을 모으면 유사수신으로 간주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앞서 금융위는 2019년에도 쿠팡 로켓머니와 카카오페이 토스 등이 확정이자 형태로 선불충전금에 대한 리워드를 제공한 데 대해 유사수신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금융위는 “투자금, 이체액 등 각종 실적 조건에 따른 포인트 지급 방식이 아니라 맡겨놓은 금액에 대해 별다른 조건 없이 금액만 채우면 리워드가 지급된다는 점에서 코빗의 KRW포인트도 유사수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코빗이 포인트 대신 주기로 한 비트코인도 ‘금전’에 해당한다면 유사수신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상태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업계 일각에선 당국이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지 않았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이 제공한 예금이자를 투자자 몫에 비례해 돌려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업비트 역시 케이뱅크로부터 받은 투자자 예치금 이자를 그대로 쌓아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추천인 리워드나 수수료 인하, 사회적 기여 등의 방식으로 받은 이자수익을 사회에 환원할 순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예탁금 이용료를 받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증권업계의 사례를 고려해 추후 입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받아가야 할 이자를 돌려준 것인데, 다단계 사기를 방지하는 목적의 유사수신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