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꿈을 이루지 못한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나란히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대선 레이스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빅3'를 이뤘던 거물급 인사들이 잇따라 조기에 링에 오르면서 6·1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판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 전 지사(계양을)와 안 위원장(분당갑) 모두 지방선거 격전지인 수도권에 출사표를 냈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방선거 전체 승패를 좌우할 수도권 광역단체장 판세와의 연관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단순히 '금배지' 확보의 차원을 넘어 경기지사 또는 인천시장의 결과에 따라 이들 두 대권주자의 정치적 위상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오전 비대위에서 이 전 지사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로 공천하기로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가 5선을 했던 지역구다. 당 지도부가 출마를 요청하고, 이 전 지사가 이를 대승적으로 수락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 전 지사는 지방선거 캠페인을 진두지휘하게 될 전망이다.
인천 계양을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만큼 이 전 지사는 지역구 선거에만 몰두하지 않고 정권 견제론을 자극하며 전국을 순회하는 광폭 행보로 4년 전 압승을 재현해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차기 대권 재도전을 염두에 둔 이 전 지사는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화려하게 복귀해 '0선'의 한계를 극복하고 당내 입지도 강화하는 일석이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방선거 진두지휘를 명분으로 세웠지만 대장동 의혹과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앞두고 불체포특권을 염두에 둔 '방탄용' 출마라는 국민의힘의 비판은 이 고문에게 여전히 뼈아픈 지점이다.
실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6일 이 고문의 계양 출마 소식에 "분당과 성남, 경기도와 인연을 강조했던 이 전 후보가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으로 외곽순환도로로 간것이 어떻게 해석될지"라며 "어떻게든 원내 입성해서 본인 수사에 대해 방탄을 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안 위원장도 전날 오후 인수위 마지막 일정인 정책과제 대국민 보고회를 마치고 "분당갑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의 선거 승리를 위해 제 몸을 던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전 의원의 경기지사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분당갑 보궐선거에 직접 나서는 동시에 지방선거 국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국민의힘 후보로선 첫 출사표다.
안 위원장은 김 전 의원과의 동반당선을 목표로 사실상 '러닝메이트'로서 선거 운동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사건의 현장인 성남시 대장동이 분당갑 지역구에 속한 것을 고리로, 이 전 지사와 민주당에 대한 심판론을 부각할 전망이다. 분당갑은 안 위원장이 이끌어온 정보보안 기업 '안랩'의 본사가 위치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 전 지사와 안 위원장 모두 국회 입성에 성공할 경우 당장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되며 정국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패배 후 비대위 체제를 가동 중인 민주당은 오는 8월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으며, 이 전 지사의 당대표 도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지사가 당권을 거머쥘 경우 '거야(巨野)' 수장으로서 윤 당선인과 대척점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안 위원장의 경우 새 정부 국무총리 '0순위'로 거론됐으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절차를 마친 뒤 당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데 무게를 두고 그동안 인수위 업무에 집중해왔다.
이준석 대표의 임기가 내년 6월까지로 아직 1년 넘게 남아있지만, 안 위원장이 이른바 '윤심(尹心)'을 등에 업고 조기 전대를 통해 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