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등 외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도 자리를 함께한다. 윤 당선인은 취임 첫날부터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인사들을 접견하는 등 숨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6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취임식에 143명의 주한 외교사절을 포함해 300여 명의 외빈이 참석할 예정”이라며 주요 외빈 명단을 공개했다.
미국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남편으로 ‘세컨드 젠틀맨’이라고 불리는 더글러스 엠호프를 단장으로 마틴 월시 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 엠호프의 방문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돼 있어 그때 수행할 백악관 인사 대신 ‘백악관 패밀리’ 일원을 보내 성의를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에서는 왕치산 부주석의 참석이 확정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 부주석은 중국이 역대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보낸 인사 중 최고위급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이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취임식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외무상의 방한은 2018년 6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이후 약 4년 만이다. 일본 내 ‘지한파’로 통하는 하토야마 전 총리도 참석한다.
국내 인사 중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고(故) 노태우 대통령 장녀 노소영 씨, 고 전두환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등 전직 대통령 및 유가족이 참석하기로 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는 건강상 이유 등으로 참석이 어려울 전망이다.
경제계에선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초청됐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제단체 회장들도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일반 국민도 사전 신청자와 특별 초청자 등 2만4000여 명이 참석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깐부 할아버지’로 출연한 배우 오영수 씨, 천안함 생존자 전환수 씨 등이 포함된 국민희망대표 20인도 참석자 명단에 포함됐다.
윤 당선인은 취임식 당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국회로 이동한다. 오전 11시부터 열리는 취임식 본행사에서 당선인 내외는 국민희망대표 20인과 함께 단상에 오른다. 소아마비를 앓은 차인흥 지휘자의 서울시립교향악단, 발달 장애 청소년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았다. 애국가는 연광철 성악가와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로 구성된 레인보우합창단이 제창한다.
취임사는 단상이 아닌 참석자들에 보다 가까이 있는 ‘돌출 무대’에서 발표하기로 했다. 당선인 측은 “국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소통하려는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의 취임사에는 ‘자유·시장·공정’ 등이 핵심 가치로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취임식을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을 환송한 뒤 곧장 용산의 새 대통령 집무실로 향해 업무를 시작한다. 집무실에서는 미국 엠호프 단장, 일본 하야시 외무상 등을 접견한다. 이후 국회로 다시 이동해 오후 4시부터 취임 경축 연회를 갖는다. 연회에서는 중국 왕 부주석 등과 접견한다.
저녁에는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리는 취임 축하 만찬에 참석한다. 여기서도 싱가포르 대통령 등 주요 외빈과의 환담이 예정돼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