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자만 지급' 조건 달린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

입력 2022-05-06 17:41
수정 2022-05-07 01:02
‘지급일에 재직하는 근로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조건이 달린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놓은 “상여금에 ‘재직 조건’이 붙은 경우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에 반하는 해석이다. 최근 하급심에서 이와 같은 판결이 연이어 나오면서 기존 판례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전지원)는 지난 4일 금융감독원 전·현직 직원 1832명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미 제공한 근로의 대가로 임금이 발생한 것인데도, 재직 조건을 이유로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임금 전액 지급 원칙’을 정한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근로계약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금감원은 직원들에게 홀수월 1일마다 기본급의 100%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을 지급해 왔다. 근로자들은 2017년 “정기상여금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므로 통상임금”이라며 “상여금을 포함해 통상임금을 다시 계산하고 추가분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임금 규정에 ‘상여금 지급 시점에 재직 중인 자에 한해 지급한다’는 ‘재직 조건’을 두고 있으면 ‘고정성’이 성립되지 않는 만큼 이 경우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맞섰다.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인용될 경우 산업계에선 소송과 인건비 증가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정기상여금 산입으로 통상임금이 커지면 시간외수당, 연차휴가보상금 등 각종 수당도 증가한다. 강세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유사 소송이 줄을 잇는 등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진석/곽용희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