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시장의 큰손들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를 돕겠다고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오라클 창업자, 아시아 최고 부호, 카타르투자청 등 면면이 화려한 투자자들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총 71억4000만달러(약 9조1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465억달러(약 60조원)에 달하는 대형 인수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테슬라 담보대출 절반으로 줄였다머스크는 5일(현지시간) “트위터 인수를 위해 투자처 19곳에서 총 71억4000만달러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가장 많은 19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테슬라 이사회의 일원인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도 신탁펀드를 통해 10억달러를 투자한다.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털(8억달러)과 바이캐피털(7억달러),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5억달러), 카타르투자청(3억7500만달러) 등도 투자를 약속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선 투자자들이 트위터 본연의 가치보다는 머스크에게 베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악시오스는 “머스크에게 투자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인상적이지만, 그들이 내미는 수표 크기는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알왈리드 왕자는 지난달 14일엔 “트위터의 잠재 성장성을 감안했을 때 머스크가 제안한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며 투자 제안을 거절했지만 결국 최대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투자자인 아시아 최고 갑부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는 이날 “머스크가 하려는 일에 대한 작은 공헌”이라고 말했다. 머스크, 트위터 혁신 나설 듯이번 투자 유치로 머스크의 인수 자금 조달 계획에도 변화가 생겼다. 당초 그는 △트위터 주식담보대출(130억달러) △테슬라 주식담보대출(125억달러) △자기자본(210억달러) 등 세 가지 방식을 통해 인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71억4000만달러를 새로 투자받게 됨에 따라 테슬라 주식담보대출 규모를 기존의 절반인 62억5000만달러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테슬라 주주들의 우려를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다. 머스크는 자기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26~28일 테슬라 주식 960만 주를 매도해 약 84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에 성공하면 트위터 혁신에 나설 전망이다. CNBC는 이날 “머스크가 인수 작업을 마치면 수개월간 트위터의 임시 CEO를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머스크가 수장이 되면 월요일 휴식을 보장하는 등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트위터의 기업문화를 바꿔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