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지난 1년간 평균 14%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을 투자한 경우 1년 만에 1400만원을 날린 셈이다. ‘동학개미’나 ‘서학개미’가 사들인 순매수 상위 종목 대부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그만큼 자산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성 수익률 더 낮은 이유한국경제신문이 6일 대형 증권사 A사에 의뢰해 330만 개 계좌의 연간(지난해 5월 1일~올해 4월 30일 기준) 투자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국내와 해외 주식을 합쳐 평균 -14.4%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연령별, 성별, 자산 규모별로 집단을 세분화했을 때 평균적으로 수익을 낸 집단은 한 곳도 없었다.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수준의 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 고객의 평균 손실률이 -16.4%로 여성 투자자(-12.6%)에 비해 더 컸다. 남성 고객의 회전율(매매 빈도 수치)은 719%로 여성 고객(291%)에 비해 훨씬 높았다. 여성 투자자가 세 번 주식을 샀다 파는 동안, 남성 투자자는 평균 일곱 번 매매를 반복했다는 의미다.
매매가 잦을수록 손실 규모는 커졌다. 가장 수익률이 좋지 않은 집단은 40대 남성이었다. 손실률은 -18.0%였다. 회전율은 전 집단에서 두 번째로 높은 776%였다. 회전율이 931%로 가장 높은 50대 남성은 -17.6%로 두 번째로 수익률이 나빴다. 반면 가장 선방한 집단은 60대 이상 여성(-9.3%)이었다. ◆자산 많을수록 ‘지키는 투자’자산 구간별로 보면 투자 원금이 클수록 ‘지키는 투자’에 성공했다. 30억원 이상 자산가의 경우 이 기간 손실률은 -5.1%에 불과했다. 반면 1억원 미만 투자자는 평균 -14.5% 손실을 냈다. 성별 기준까지 더하면 자산 1억원 미만 남성의 투자 손실률이 -16.8%로 가장 높았다. 이들의 회전율은 737%에 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은 시장의 타이밍에 맞춰 투자하는 것”이라며 “최근 수익률이 좋았던 종목을 추격 매수하면서 상투를 잡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우량주 투자했는데도 손실개인 투자자들이 낮은 수익률을 거둔 주된 이유는 매매 빈도뿐만이 아니다. 주로 사들인 대형 우량주들의 주가가 줄줄이 급락한 탓이 컸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현대차 순이다. 한때 잘나갔던 이들 종목은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년간 50% 하락했다. 전통적인 국민주였던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각각 17%, 12% 떨어졌다. 새로 국민주 반열에 오른 카카오와 네이버도 각각 20% 급락했다.
서학개미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이 기간 순매수 상위 종목은 테슬라,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 ETF, 엔비디아,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순이다. TQQQ ETF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우량주로 꼽히는 미국의 빅테크 주식들이다. 이 중 TQQQ ETF가 연간 기준으로 약 30% 하락했다. 올 들어 주가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테슬라는 5일(현지시간) 기준 연초 대비 27%, 엔비디아는 37%, 알파벳은 20%, MS는 17% 하락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