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에 줍줍?…'네이버·카카오' 사들이는 동학개미, 괜찮을까

입력 2022-05-07 07:00
수정 2022-05-07 08:55

한국의 대표 성장주 네이버(NAVER)와 카카오의 주가가 추락하고 있다.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서다. 연초부터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시장 금리가 상승한 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네이버는 1만원(3.55%) 하락한 27만2000원에, 카카오는 4700원(5.28%) 내린 8만43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작년 종가와 비교하면 각각 28.14%와 25.07%가 하락한 수준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시장 안팎에서 비즈니스의 성장성에 의구심이 발생하면서 주가가 내리막을 탔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의 수혜를 받았지만, 수혜기간에서 벗어난 1분기 실적에서는 성장이 어렵다고 봐서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이러한 의심은 현실이 됐다. 네이버의 1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로 평가된다. 연결 기준으로 매출 1조8452억원, 영업이익 3018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이 나오기 전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은 매출 1조8800억원과 영업이익 3416억원이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콘텐츠 및 검색광고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에서 (매출이) 전망치를 밑돌았다”며 “검색 외 광고 부문은 시장의 역기저 현상이 나타났고, 커머스 및 핀테크 부문은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률 둔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기존 55만원에서 50만원으로 내렸다.

네이버가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6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이 회사 주식 6210억1400만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평균 매수가는 28만7688원으로 지난 6일 종가 대비 5.45%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969억9300만원 어치와 2622억3100만원 어치를 팔아 치웠다.

카카오의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6517억원으로, 직전분기 대비 7.5% 감소했다. 카카오가 분기 매출이 직전분기 대비 역성장한 건 5년 만에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1587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48.8% 증가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매출은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를 5.1% 밑돌았다”며 “톡비즈와 페이, 게임 등의 성장이 둔화돼 (매출의 연간 성장률이) 직전분기 44.6%에서 31.3%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전망도 밝지 않다. 오 연구원은 “국내 경기 둔화와 코로나19 수혜에 대한 역기저효과로 핵심 비즈니스인 광고와 커머스의 성장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콘텐츠의 해외 확장을 위한 공격적 마케팅과 인건비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이익 성장에 대한 눈높이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카카오의 실적이 발표된 이후 2거래일 동안에도 개인은 이 회사 주식을 1497억2000만원 어치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27억3600만원 어치와 655억8300만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금리 상승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날의 급락세는 미 국채금리 급등의 영향이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3.1%를 터치했을 정도로 급등하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4.99% 폭락했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이 향후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0.7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재차 부각되면서 채권 시장이 패닉에 빠진 결과다.

미래에 큰 돈을 벌 것이라는, 성장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오른 종목의 경우 금리 상승에 취약하다. 미래에 벌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적정 주가가 구해지곤 한다. 그러나 할인율로 금리가 쓰이기 때문이다. 기대수익이 변하지 않아도 금리가 오르면 현재가치로 할인된 적정 주가는 낮아지게 되고, 이게 주식시장에 반영된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