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을 배경으로 한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 여주인공 점순이는 남주인공 ‘나’에게 관심을 표현하면서 손에 봄 감자 세 알을 쥐어준다. “봄 감자가 참 맛있다”면서.
이토록 맛있는 봄감자가 올해는 작년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될 전망이다. 이상 기후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수확된 저장감자와 올 겨울 하우스에서 자란 하우스감자도 이미 작년 대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폭등한 감자 가격6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에 따르면 5일 국내산 감자의 ㎏당 가격은 2914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87%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연초만 해도 1600원 아래에서 거래됐던 감자는 3개월 새 50% 올랐다. 소매 가격도 마찬가지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4일 상(上)품 감자 1㎏는 평년(4560원) 대비 31.6% 높은 6000원에 거래됐다.
감자는 1년에 네 번 수확한다. 그중 6월이 제철이다. 6~7월은 노지봄감자, 8~11월은 고랭지 감자가 생산되고 이 시기의 감자가 가장 맛이 좋다. 노지봄감자와 고랭지 감자가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봄감자는 가격도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3~5월은 하우스봄감자,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는 가을감자가 나온다.
하지만 올해 5월 감자 가격은 KAPI가 집계중인 최근 3년 중 가장 비싸다. 2019년부터 2021년의 5월 감자 평균 가격은 1360원으로 올해(2689원)의 절반 가격이었다. 수확량에 문제가 없었지만 코로나19로 외식·급식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국내도 해외도 이상기후에 생산량 뚝감자가 ‘금(金)’자가 된 가장 큰 원인은 생산량 감소다.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출하되는 감자는 예년 가을에 수확됐거나 겨울동안 하우스에서 키운 감자들이다. 하우스감자는 지난 겨울에 저온 피해를 입어 평당 15kg정도였던 수확량이 20~30% 가량 줄어든 상황이다. 보통 하우스 감자 출하가 끝나는 5월즈음에는 수입산 감자로 부족분을 해결하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조달이 쉽지 않아 가격이 폭등했다.
이달 말부터 노지봄감자가 나오더라도 감자 가격 상승세는 멈추지 않을 것이란 게 유통업계의 전망이다.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 급식에서 감자 수요가 늘어난 반면 생산량은 줄었기 때문이다. 노지감자도 생육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감자는 18도에서 20도 사이에서 가장 잘 자라는 고온 작물이지만 최근 28도 이상의 급고온을 겪어 작황이 부진할 것”이라며 “하우스 감자가 높은 시세에 팔리고 있어 감자를 조기 수확해 출하하는 농가도 늘었다”고 말했다.
일반 가정에서 식자재로 많이 사용하는 수미 감자도 도매 가격이 계속 오를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5월 감자 농업관측에 따르면 고랭지감자 재배의향 면적은 지난해보다 5% 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작황이 좋지 않아 올 봄에 사용해야 할 씨감자 수가 줄어 종자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양배추, 콩, 대파 등으로 재배 품목을 대체 하는 추세다.
식품업계의 영향은 크지 않다. 오리온, 농심 등 감자칩 제조업체들은 수미 품종보다는 대서나 두백 품종을 사용하며 계약재배를 통해 국내산 감자 재고를 확보해둔 상태다. 맥도날드, 롯데GRS(롯데리아) 등 수입산 감자를 사용하는 외식업체들도 현재 북미산 감자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