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전문기업 SK쉴더스, 수요예측 실패로 상장 철회

입력 2022-05-06 09:04
수정 2022-05-06 09:08
이 기사는 05월 06일 09: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보안전문기업 SK쉴더스가 수요예측의 실패로 상장을 철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여파로 주식 시장 상황이 냉각된 데다 고평가 논란까지 겹친 영향이다.

SK쉴더스는 6일 “수요예측을 실시하였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는 지난 3~4일까지 진행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냈다. 희망 공모가격(3만1000~3만8800원)보다 공모가를 약 20% 낮추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이번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대다수 기관투자자로부터 SK쉴더스의 펀더멘털(성장성, 수익성, 안정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지만 지난 수 개월간 상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이에 따라 상장을 철회하고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 추진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IPO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높게 평가한 사이버보안, 융합보안 등 회사의 성장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경영진과 구성원이 합심해 SK쉴더스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올해 들어 공모를 철회한 곳은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 대명에너지 등에 이어 SK쉴더스가 4번째다. 이 중 대명에너지는 이달 공모에 재도전한다.

증권가는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SK쉴더스의 공모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인식이 걸림돌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3조 원 수준으로 물리보안 1위 기업인 에스원(약 2조 5000억 원)보다 높다는 점에서다.

SK쉴더스는 수요예측 마지막 날 경쟁률이 100 대 1을 상회하기도 했으나 막판에 기관투자가들이 신청을 철회하면서 모집 수량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SK쉴더스가 다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인 맥쿼리PE가 SK쉴더스의 지분을 인수할 당시 투자금 회수를 위해 2023년까지 IPO를 추진한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다만 상반기 내에는 상장을 재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135일 룰’에 따라 1분기 실적이 발표된 후 다시 증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135일 룰은 해외 투자설명서에 포함되는 재무제표를 작성한 시점으로부터 135일 이내에 청약대금 납입 등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제출한 증권신고서로는 5월 중순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나 내년 상장에 재도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