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혁신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민관 합동기구로 출범했던 혁신성장추진기획단이 오는 31일 문을 닫는다. 기획재정부가 존속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다. 이에 따라 혁신성장추진단은 새 정부 출범 후 해체되는 문재인 정부 첫 태스크포스(TF)가 될 전망이다. 관가에선 혁신성장추진단에 대해 정권 출범 후 우후죽순 생겨나지만 별다른 성과를 못 낸 채 정권이 바뀌면 사라지는 TF 조직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성장추진단은 2018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으로 설립됐다. 민간 합동기구인 ‘혁신성장본부’가 전신이다. 민간의 목소리를 반영해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고 혁신 과정에서 생기는 신구 산업 간 갈등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받았다. 초대 공동본부장은 이재웅 다음 창업자와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이 함께 맡았다.
하지만 혁신성장본부는 출범 1년도 안 돼 좌초했다. 본부 설립을 주도한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둘러싼 이견으로 물러나면서다. 이어 이재웅 공동본부장도 정부의 혁신 의지 부족을 비판하며 사퇴했다.
정부는 이듬해인 2019년 4월 혁신성장본부를 혁신성장추진단으로 급을 낮추고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한 범부처 조직으로 바꿨다. 혁신성장추진단은 이후 신구 산업 간 갈등을 중재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지만 이마저도 별다른 성과를 못 냈다. 승차공유업계와 택시업계 간 갈등은 결국 기존 택시업계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결론 났다. 택시 면허가 없는 운송사업자는 기존 택시업계의 감차를 위한 기여금을 내는 방식으로만 사업이 가능하도록 여객운수사업법이 바뀐 것이다.
혁신성장추진단은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하동 알프스 프로젝트), 도심 내 공유숙박 확대(현재 외국인→내국인까지) 등도 추진했지만 각각 환경단체와 숙박업계의 반발에 밀려 사실상 두 손을 들었다. 혁신성장추진단 관계자는 “이해단체 간 갈등을 법적 권위 없이 중재해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해관계가 민감한 사안을 청와대와 국회가 방치한 상태에서 TF 조직이 해결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도 관련 조직 신설이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구호를 외치고 조직을 세운다고 혁신 성장이 되고 규제 개혁이 되는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추진단이 그 점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