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의 지난달 미국 판매량이 전년 대비 16.7% 줄었다. 도요타, 혼다 등 경쟁사에 비해 감소폭이 작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성차업체가 판매업체에 주는 대당 판매 인센티브는 모든 브랜드 중 가장 적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4일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제네시스 포함)는 지난달 12만5770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4월(15만994대)보다 16.7% 감소했다. 이날 판매량을 발표한 도요타(-22.7%) 스바루(-25.5%) 등보다 감소폭이 작았다. 혼다는 40.4% 급감한 9만3250대를 판매해 현대차·기아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들 가운데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늘어난 유일한 브랜드는 제네시스다. 제네시스는 53.0% 증가한 5039대를 팔아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혼다의 고급 브랜드 아큐라는 33.3% 줄어든 1만980대,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17.5% 감소한 2만2296대를 판매했다.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해 부품 공급망 혼란으로 생산이 차질을 빚은 탓이다.
증권업계에선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10%대로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친환경차는 1만4197대 팔려 전년보다 78.2% 증가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5가 2677대, 기아 EV6가 2632대 팔렸다.
기아는 지난달 기준으로 미국 진출 29년 만에 누적 판매 1000만4255대를 기록했다. 기아의 차량 재고는 적정 재고(60일)보다 현저히 낮은 7~9일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요가 많아 효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며 “3~4분기엔 (반도체 공급난) 터널의 끝에서 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기아가 판매업체에 지급하는 대당 인센티브는 브랜드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질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출고 지연이 이어지는 와중에 현대차·기아 주문이 늘며 나타난 현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루카에 따르면 현대차는 597달러, 기아는 834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76.0%, 68.0% 떨어졌다. 지난해 4월엔 각각 2440달러, 2570달러로 혼다(2285달러)보다 높았었다. 평균 차량 판매가격은 현대차 3만7137달러, 기아 3만4530달러로 각각 21.0%, 16.0% 뛰었다. 산업 평균 상승폭(15.0%)보다 높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