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EV 쪼개기 인수 뒤 먹튀?…투자조합에 칼 빼든 금융당국

입력 2022-05-04 17:10
수정 2022-05-05 00:36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투자조합이 연루된 불공정거래 의혹에 칼을 빼 들었다. 금감원은 투자조합이 관련된 불공정거래 사건 10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정 원장은 4일 임원회의에서 “테마주 형성 등 시장 분위기에 편승한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나타나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투자조합이 연루된 불공정거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와 관련해 △부실기업 매각 과정에서 참여 기업의 주가 급등 △실체가 불분명한 투자조합이 상장사를 인수한 후 주가 이상 변동 △코스닥·K-OTC 등 이종 시장 기업 간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주가 이상 변동 △원자재나 부품·소재 급등 관련 테마 형성에 따른 주가 이상 변동 등을 사례로 꼽았다.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발표로 주가가 급등했던 에디슨EV가 투자조합을 끌어들여 편법으로 지분 인수에 나선 게 대표적 사례다. 투자조합 6곳이 함께 에디슨EV 지분을 사들인 뒤 주가가 급등하자 한꺼번에 지분을 매각했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불공정거래가 이뤄졌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현대사료는 장외주식시장(K-OTC)에서 주가가 뛰었던 카나리아바이오가 최대주주가 된다는 소식에 지난 3월부터 여덟 번 상한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주가는 700% 넘게 올랐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와이드필드조합, 하이라이드컨소시엄1호조합 등과 함께 현대사료 지분을 인수했다.

금감원은 사업내용을 허위·과장 홍보해 주가를 올리거나, 상장기업 인수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 취득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실제 인수 주체를 숨길 목적으로 다수의 투자조합을 이용해 지분 공시 의무를 회피했는지도 들여다본다. 투자조합이 최대주주가 되면 1년간 해당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보호예수 규정을 적용받는다. 에디슨EV 지분을 사들인 투자조합들은 최대주주 규제를 피하기 위해 ‘쪼개기 인수’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에디슨EV는 이날 채권자들이 파산신청을 했다고 공시했다.

정 원장은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될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며 “지분 공시 의무 회피 가능성이 높은 사항에 대해서는 기획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