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넷플릭스,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수백억유로의 망 사용료를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는 2일(현지시간) 영국 정보기술(IT) 컨설팅 기업 액손에 의뢰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메타(옛 페이스북)와 아마존, 넷플릭스 같은 빅테크의 유럽 역내 트래픽 점유율이 최소 55%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해당 트래픽을 유지하기 위해 유럽 통신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최대 280억유로(약 37조원)에 달한다”며 “이를 트래픽 생성자인 빅테크들이 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래픽이 급증하면 통신사들의 망(네트워크) 구축 및 유지 비용이 덩달아 늘어난다. 데이터 병목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망을 증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 통신사들이 지난 10년간 망 개선 사업에 쏟아부은 투자금액은 500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ETNO는 “트래픽 생성량이 많은 빅테크가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200억유로를 낸다면 그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며 “5G(5세대) 통신과 광섬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촉진시켜 2025년까지 일자리가 84만 개 늘어나고 에너지 소모량을 절약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리서 푸르 ETNO 사무총장은 “인터넷 트래픽 시장의 불평등한 점유율과 불공정한 구조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폰, 브리티시텔레콤 등 EU와 영국의 통신사 13곳은 지난해 “미국 빅테크가 네트워크 개발 및 유지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유럽 통신사 임원들 사이에서는 넷플릭스를 향해 ‘SK브로드밴드에 정당한 망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한국 법원의 판결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