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작년 “여기서 1년 살아보면 가덕신공항 짓자고 못할 것”(2021년 3월 17일자 한경 A33면)이란 현장 기사를 전했다. 약한 해저 지반(펄층) 위 바다를 매립해야 하는 공항 건설이 너무나 위험해 보였다. 가덕신공항이 최적 대안이 아니라고 여긴 사람들은 이후 진행된 사전타당성 조사(이하 사타)에 희망을 걸었다. 사업 필요성과 위험 요소, 입지 조건, 공사비 등을 따져보는 사타는 결과에 따라 사업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봤다. 적어도 중요 국책사업은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경제성 없다'는 조사 결과 무시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가덕신공항 건설 추진 계획을 확정·의결하면서 사타 결과를 완전히 무시했다. 경제성(BC) 분석을 보면 가덕신공항 건설의 편익(할인율 5.5% 적용 기준)이 4조4900억원, 비용은 8조7900억원이다. BC 비율 0.51은 전국 공항 중 누적 손실이 가장 큰 무안공항(0.49)과 같은 수준이다. 만성 적자 공항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정부는 “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이어서 경제성만 고려할 사안은 아니다”고 했다. 2035년 개항 이후 늘어날 일자리도 1465명에 불과했다. 그것을 건설 공사에 따른 지역 내 고용유발효과 10만 명으로 가려버렸다.
사흘 뒤 기획재정부는 가덕신공항 건설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까지 결정했다. 어차피 국가재정법이 ‘지역 균형발전’을 예타 면제 사유로 들고 있긴 하다. 그런 점에서 1년이 걸린 사타를 사실상 요식행위로 만든 정권의 몰염치가 더 충격적이다.
정부 추진 계획은 가덕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며 ‘해상-육지-해상’에 공항을 짓자고 한 부산시의 기존 제안과 판이하게 달랐다. 가덕도 동쪽 해상에만 건립하는 식으로 결론 낸 것은 항공기 운항의 안전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가덕도 서쪽 해상까지 활주로를 놓으면 부산신항만에 드나드는 대형 선박의 항행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기자도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가덕수도(水道)를 지나는 장면을 목격했다. 최고 높이 76m에 이르는 선박 위로 여객기가 이·착륙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면 아찔하기만 하다. 그런 점에서 부산시의 제안은 안전한 공항 건립과는 거리가 멀다. 바다 매립 비용을 줄이려는 의도였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정부 계획도 안전을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메워야 하는 바다 수심이 최대 30m에 이르고, 그 아래 점토·모래층을 평균 57m 파고 들어가야 암반이 나온다. 사타 보고서도 연약지반 보강을 위한 해상 연직배수공법(PBD)으로 국내에서 시공된 사례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거친 외해(外海) 파도와 싸워야 하는 어려운 공사가 될 것이다. 태풍이 지나는 길목이고, 폭우에 따른 해일도 걱정이다. 비슷한 환경의 일본 간사이공항이 2018년 태풍에 침수돼 17일간 활주로가 전면 폐쇄된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안전보다 속도 강조한 대통령그래서 국토교통부 장관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은 사업 속도만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업비(13조7600억원) 절감과 사업 기간(9년8개월, 2035년 완공) 단축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30년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려는 부산시 계획이 성공할 수 있도록 완공 시기를 앞당겨달라는 주문이다.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 국책사업이 경제성·안전 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현대식 공항을 새로 지었다고 균형발전이 얼마나 이뤄질지 알 수 없다. 혈세가 들어간 텅 빈 공항이 남길 우울한 청구서는 국민 몫이다. 한 전문가는 “사타 뒤 토지 보상에 들어가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했다. 이제라도 건설 계획을 재고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