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두고 '오마카세(주방장 특선 요리) 청문회' '오등봉 청문회'였다는 우스갯소리가 많습니다. 지난 2일 진행된 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다른 부동산 정책보다 업무 추진비와 오등봉 공원 민간 특례 사업을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이 쟁점이 된 때문입니다.
원 후보자가 제주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개발 사업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은 '제2의 대장동 사업'이라고 공세를 이어갔거든요. 원 후보자는 대장동 의혹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적극 해명에 나섰습니다.
제주도지사 시절 고급 일식집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를 두고서도 '사적 유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더불어민주당의 '오등봉·오마카세' 집중 포화에 부동산 정책이나 균형발전 등에 대한 정책 논의는 부각되기 어려웠습니다.
이 와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질의가 있었습니다. 바로 건설 산업에 대한 질의였죠. 대부분의 의원들이 부동산 정책, 집값 문제, 규제 완화 등 당장 눈에 잘 띄고, 이슈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내용만을 정책 질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중간 '건설 산업 체계 개편 문제를 고민해봤느냐'는 질의가 나왔습니다. 바로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였습니다.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 원 후보자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의원들과 달리 김 의원은 정확하게 발언 시간을 지켜 건설 산업의 본질을 꿰뚫는 질의만 이어갔습니다.
김 의원은 200조원 규모의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정부의 입찰 제도가 건설 업계를 혼탁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종합건설과 전문건설 간 업무 영역 충돌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폐단을 언급하며 건설 산업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원 후보자의 깊은 고민을 부탁했습니다. 건설 산업이 바로 서야 국가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질의 그리고 요청이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1시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 메시지가 오락가락해 30평대 아파트가 7억원씩 올랐다'는 사례를 들면서 새 정부의 일관된 정책 메시지를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집값이 어느 정도 오르는 것이 적정하느냐"라는 질의로 원 후보자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의원은 명실공히 '국토부 전문가'입니다. 김 의원은 31년 간 관료 생활 후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관료로 근무하는 동안 철도, 항만, 해운 등 국토 건설과 교통·해운 분야에서 두루 내공을 쌓았습니다. 국토부(옛 국토해양부) 제2차관을 지내기도 했죠. 당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업무 기획력과 추진력이 우수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김 의원의 지역에서도 명확한 분석력과 판단력에 대한 호평이 많다고 하네요.
이날 제기된 다양한 질의들이 앞으로 새 정부의 부동산팀에 자양분이 되길 바랍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