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도 빌려주는 미래 임대주택…고령 사회 해결책 되나[노경목의 미래노트]

입력 2022-05-03 09:01
수정 2022-05-03 09:04
1층에는 거주민이 일할 수 있는 상점과 작업공간, 2층에는 장애와 고령으로 움직임이 힘든 거주민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지원센터. 3층부터는 원룸 크기 1인실 수백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지어지고 있는 '지원주택(supportive housing)'의 모습이다. 홈리스 등 취약계층의 자활을 위해 처음 계획된 모델로 미국 등지에서는 시행 30년이 넘었다.

이같은 지원주택이 최근 한국 임대주택의 미래 모습으로 떠오르고 있다. 초고령화로 독거 노인 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른 것이다. 고령자에게 필요한 복지와 일자리를 주거지에서 제공해 보다 효율적이면서 복지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주거+복지+일자리 결합
지원주택의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 뉴욕에 설립된 '더 크리스토퍼'를 들 수 있다. 207개 실에 노숙자와 저소득층, 에이즈 감염자 등은 영구적으로, 고아원에서 독립한 18~24세 청년은 한시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

20세기 초반 지어진 YMCA 건물을 인수해 리모델링한 것이다. 뉴욕 맨하탄에서 가장 번화한 미드타운에 있어 필요할 경우 바깥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다.

1층과 2층에는 관리인력이 상주하며 입주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자리 알선은 물론 신체적, 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여기에 맞는 치료도 바을 수 있다. 여기서는 다양한 공동활동도 할 수 있다.

대부분이 노년층인 노숙자들은 해당 시설에 거주하며 다양한 사회적 교류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교육 참여 등을 통해 많은 나이에도 일자리를 얻기도 한다.

한국에도 지원주택 건립 사례가 있다. 삼성전자 지원으로 대구 서구에 2014년 문을 연 희망드림센터다.

4층 건물의 3, 4층에는 노인층이 대다수인 주변 쪽방촌에 거주자들이 입주했다. 1층에는 카페와 무료진료소, 2층은 관리자 사무실과 식당이 입주했다. 카페와 식당은 마을기업으로 거주자들이 주로 근무한다.

무료 진료소를 통한 건강관리와 카페 및 식당을 통한 일자리 확보가 동시에 가능한 건물이다. 더 크리스토퍼와 마찬가지로 기존 4층 상가주택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고령자 시설 요양과 비교해 경제적지금은 아주 예외적인 사례로 소개된 지원주택을 대대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4일 '초저출산·초고령 저성장사회 주거복지 혁신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여기서 이연숙 연세대 명예특임 교수는 노화가 심해지더라도 자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지원주택을 언급했다. 이 교수의 발표 내용이다.

"고령화고 길어지는 노후 생애에서 스스로와 이웃공동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임대주택은 주거 공간과 보건복지서비스가 결합돼 있는 형태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고립된 삶을 사는 노인들은 서커스 같은 생활을 한다. 일상 생활에서 모든 행동을 아슬아슬하고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런 이들을 중심으로 늘어날 주거 복지에 대한 수요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복지사들이 고립된 주거 시설 하나하나를 돌아보려면 시간이 모자란다. 그렇다고 사회복지사를 늘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지원인력과 지원이 필요한 노인을 같은 공간에 묶어 폭넓은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하고, 노인도 건강을 오래 지속하며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경제적으로도 나은 선택이다. 노인이 국가 시설에 입주하면 매월 150만원, 연간 1800만원을 지원해야 한다. 10년간 생활하면 1인당 1억8000만원이 소요된다. 고령자가 요양병원에 의존하게 되는 시기를 1년, 5년, 10년 늦춘다면 정부 비용 및 국민 세금 경감에 이바지할 것이다.

지원주택은 대부분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만큼 초기 투자를 하면 추가 비용은 크게 들지 않는다. 관리자와 사회복지사가 복수의 노인을 담당하는만큼 추가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