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메타버스(가상공간) 안의 토지를 사전 분양해 3600억원을 벌어들였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이라는 대체불가능토큰(NFT) 제작사 유가랩스는 메타버스 게임에서 쓰이는 가상토지 분양에 성공했다. 5만5000여 필지를 완판시켜 약 2억8000만달러(약 3600억원)를 조달했다.
유가랩스가 지난해 내놓은 ‘지루한 원숭이(Bored Ape·사진)’는 NFT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마돈나, 스눕독, 저스틴 비버, 패리스 힐턴, 에미넘 등 유명인들이 원숭이 캐릭터를 변형한 이 NFT를 사들였다. 지난해 9월 경매업체 소더비에서 100여 개의 지루한 원숭이 NFT 세트가 2440만달러(약 308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유가랩스는 지난 3월 ‘에이프 코인(Ape Coin)’이란 암호화폐를 발행했다. 이어 지난달 24일 지루한 원숭이를 모티프로 삼은 메타버스 게임인 ‘아더사이드’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아더사이드의 토지 소유권을 인증하는 ‘아더디즈’가 이번에 사전 분양된 것이다.
가상토지 분양 흥행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이다. 유가랩스가 아더사이드 출시 계획을 밝히자 에이프 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달 23일 2만원대였던 가격이 지난달 30일 3만2000원을 찍었다. 1주일 만에 60% 가까이 뛰었다.
이날 가상토지 판매는 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더디즈와 에이프 코인은 모두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두 자산 수요가 급증하자 이더리움 네트워크 내부 거래 수수료가 올라갔다. 미국의 암호화폐 대출업체인 디파이너는 “유가랩스가 가상토지를 분양하자 이더리움 거래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수수료가 뛰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