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공세에 장사없다"…대구 아파트 매매·전셋값 동반 추락

입력 2022-05-02 17:23
수정 2022-05-10 15:26
신규 아파트 공급량이 지난 3년 사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대구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전세의 동반 하락세가 심화하고 있다.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할 정도로 강력한 규제책을 폈음에도 좀처럼 상승세가 꺾이지 않던 대구였지만 ‘물량 공세에 장사 없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매매가는 올 들어 지난달 넷째주까지 누적 1.90% 하락했다. 작년 11월 넷째주부터 24주 연속 내림세다. 아파트 전세가격도 작년 12월 넷째주 이후 19주째 떨어졌다. 올해 전셋값 누적 변동률은 -1.94%다.

이런 동반 하락세는 작년 이맘때 대구 부동산 시장에선 상상하기 어려웠다. 작년 같은 기간(1~4월 누적 기준) 대구 아파트 매매가는 5.96% 올랐고 전셋값도 4.58%나 치솟았다. 2020년 12월 정부가 대구 달성군 등 일부 지역만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직후임에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선 급매가 쏟아질 정도로 상황이 반전됐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SK뷰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1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올초 거래가격 13억3000만원 대비 2억원 가까이 떨어졌고 최고가(14억5000만원·2020년 12월)보다 3억원 내린 가격이다. 범어동 B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2주 전보다 호가를 5000만원 이상 낮췄다”며 “그래도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세 시장도 마찬가지다. 전세 최고가가 5억2000만원(작년 3월)에 달했던 대구 중구 대봉동 센트로팰리스 전용 80㎡는 올 들어 보증금이 1억원 이상 하락한 3억5000만~4억2000만원대에 계약이 이뤄졌다.

신규 아파트 공급량이 대폭 늘어난 게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업체 아실에 따르면 2019년 대구 입주 물량은 7483가구에 불과했지만 2020년 1만3660가구, 2021년 1만6904가구로 증가했다. 올해는 3년 전(7483가구) 대비 세 배 가까이 늘어난 1만9812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내년엔 1997년(2만8900가구) 후 최대 물량인 3만3145가구가 쏟아진다.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신호가 작동하면서 부동산 규제 의미가 사라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구는 다주택자 취득세·양도세 중과 등을 적용받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여전히 묶여 있지만 부동산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대차 3법에 따라 전셋값 상승률이 제한받지만 전셋값을 올리기는커녕 임차인 찾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구 지역은 부동산 매수심리지수가 매주 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전셋값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어 동반 하락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