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 유통 시장이 골프존커머스(브랜드명 골프존마켓)와 AK무역(AK골프)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신세계, 쿠팡 등 온·오프라인 강자들이 명함을 못 내밀 정도다. 전형적인 생존자 독식 시장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마진율이 워낙 낮은 데다 병행수입자가 난립한 탓에 대기업이 손을 뗀 사이 끝까지 버틴 업체가 골프 열풍의 과실을 챙기고 있다.
지난달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골프존커머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166억원, 21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43%, 131% 증가했다. 창사 이후 최대다. AK무역 역시 지난해 1823억원의 매출과 19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과 비교해 각각 58%, 97% 늘었다. 역대 최대치다.
이들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는 핵심 요인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골프용품 수요가 급증해서다. 선금을 내더라도 2~3개월 기다려야 인기 제품을 받을 수 있는 터라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권장 소비자 가격이 실제 판매 가격으로 통용되고 있다. 유통업체는 이익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골프존마켓과 AK골프가 골프채 유통을 장악할 수 있게 된 데는 끈기와 우연이 동시에 작용했다. 2015년 3월 출범한 골프존마켓은 창립 첫해에 매출 870억원에 순손실 6억원을 냈던 골칫거리였다.
김영찬 골프존그룹 회장이 스크린골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골프에 관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회사’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사내팀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떼어 냈지만,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진 험로를 걸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상황을 반전시켰다. 2019년 1%에 불과하던 골프존마켓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7%로 급상승했다. 매출도 2020년 처음으로 2000억원 고지를 밟은 데 이어 작년엔 단숨에 3000억원대로 진입했다. 백화점 중 유일하게 매장 임대가 아닌, 직접 물품을 사입해 판매하는 신세계의 연간 취급 규모가 30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골프존마켓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AK골프의 반전은 더 극적이다. 백화점 골프 담당 바이어는 “스포츠용품 병행수입을 주로 하던 노희창 대표(AK무역의 1인 주주)는 한때 폐업까지 생각할 정도로 위기를 겪다가 롯데백화점에 매장을 열면서 기사회생했다”고 말했다. 골프 유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골프채 시장은 공급은 급감하는데 수요는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 등 유명 브랜드들이 한국에 공급하는 수량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골프존마켓과 AK골프가 최대한 물건을 가져가고 나머지를 전국에 난립해 있는 400~500여 곳의 매장이 나눠 먹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