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우버 핸들 잡고 질주… 車공유 넘어 '여행 슈퍼앱' 꿈꾸다

입력 2022-05-01 17:03
수정 2022-05-09 15:19

“당신이 가려는 곳이 어디든,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함께하겠습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후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인 우버는 ‘여행 슈퍼앱’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연내 영국에서 차량호출은 물론 렌터카 대여와 항공권 예약을 아우른 통합 서비스를 내놓는다. 창업주 사퇴 후 위기에 빠진 회사에 그가 구원투수로 들어온 지 5년 만의 변화다. 이란 난민에서 익스피디아 CEO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고 불과 3일이 지난 2월 27일, 우버는 폴란드로 입국하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무임승차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난민들이 쓸 물품을 폴란드 비정부기구(NGO)에 제공하는 과정에서도 우버는 운송책을 자임했다. 차량호출 업체가 난민 지원에 이토록 힘쓴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우버를 이끄는 코스로샤히도 한때 난민이었다.

코스로샤히는 1969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이란 재벌회사 알부즈인베스트먼트의 오너 가문에서 태어나 출신은 남부러울 게 없었다. 하지만 1978년 프랑스로 떠난 가족 여행이 문제가 됐다. 휴가를 떠난 사이 이란에서 혁명이 일어나면서 가산이 국유화되는 등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갑작스러운 이민에 그의 가족은 부유층의 삶을 잊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아버지는 그가 열세 살 때 할아버지를 돌보러 이란에 갔다가 6년간 구금됐다. 코스로샤히는 “돈이 부족해서 15센트짜리 커피 한 잔도 살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미국에 먼저 정착한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그는 1991년 미국 브라운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투자은행인 앨런앤드컴퍼니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귀인을 만났다. 당시 홈쇼핑 업체 QVC의 파라마운트커뮤니케이션 인수 작업을 자문하던 중 QVC를 이끌던 배리 딜러 인터액티브코퍼레이션(IAC) 회장의 눈에 든 것이다. 인수는 미완에 그쳤지만 딜러 회장은 코스로샤히를 IAC에 영입했다. 그곳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내 벤처인 익스피디아 인수를 주도한 코스로샤히는 2005년 IAC에서 익스피디아가 분사하면서 그곳의 CEO 자리를 맡았다.

코스로샤히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회사 몸집을 키웠다. 할인여행 사이트 핫와이어, 여행 리뷰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 가격비교 사이트 트리바고, 온라인 여행사 트래블로시티, 주택임대 업체 홈어웨이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2002년 21억달러였던 익스피디아 매출은 2016년 87억달러를 기록하며 4배 이상으로 늘었다. 2015년 그는 회사에서 9460만달러(약 1210억원)를 수령하며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CEO가 되기도 했다. 구원투수로 들어가 IPO 성공2017년 세계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가 코스로샤히에게 ‘SOS’를 요청했다. 당시 우버는 2009년 설립 이후 8년째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기업공개(IPO)로 이익을 회수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창업주인 트래비스 칼라닉은 적절한 수익 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우버 택시기사를 모욕하고 성추문 사건에 휘말리면서 CEO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우버가 새 CEO를 찾을 때만 해도 칼라닉이 자신의 후임으로 추천한 코스로샤히는 이사진에 제3의 선택지 정도에 불과했다. 제프 이멜트 전 제너럴일렉트릭(GE) CEO와 멕 휘트먼 전 휴렛팩커드(HP) CEO가 먼저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이사회는 “36개월 안에 IPO를 하겠다”고 단언한 코스로샤히를 선택했다. 일각에선 그가 딜러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했듯 우버에서도 뒷선으로 물러난 칼라닉의 그림자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코스로샤히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했다. 그는 영업손실을 줄이기 위해 2018년 차량임대 사업부문을 페어닷컴에 매각한 데 이어 2020년 자율주행차 사업부문을 오로라에 팔았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정책 관련 부서를 통합하고 마케팅 인력의 3분의 1을 감축했다. 2019년 5월엔 우버를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CEO 선임 21개월 만에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켰다. 여행 플랫폼으로 전환 나서코스로샤히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발 빠르게 잡아내는 CEO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차량호출 사업이 위기를 겪자 그는 음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이츠’를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20년 111억달러였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175억달러로 57% 늘었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끝을 보이면서 코스로샤히는 여행에서 다음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를 이끈 경험을 살릴 때가 왔다는 평가다.

4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우버는 지난 3월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전망치를 1억~1억3000만달러에서 최대 1억5000만달러로 높여 잡았다. 코스로샤히는 “오미크론 유행 여파에서 빠르게 벗어나면서 지난 2월 공항 예약이 전월 대비 50% 상승했다”며 “전체 예약 건수가 2019년 동기 대비 95% 수준을 회복했다”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