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가 손놓은 국민연금 개혁…'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간다

입력 2022-04-29 17:31
수정 2022-05-09 15:43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연금개혁을 꺼낸 건 국민연금 고갈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손 놓은 연금개혁을 윤석열 정부에서도 미룬다면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안철수 위원장도 29일 “평생 국민연금을 내도 2055년부터는 국가가 지급할 돈이 없다”고 했다. 국민연금 개혁의 큰 방향은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연금개혁은 수급자인 국민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힌다. ○인수위, 국민연금 수술안 위원장은 “(지금 상태로 두면) 국민연금은 2055년에 고갈되고, 2088년이 되면 누적 적자가 1경700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출산율 1.3명 정도를 가정해 만든 것인데, 출산율을 (현 수준인) 0.8명 정도로 계산하면 더 빨리 고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개혁 필요성을 설명하면서다.

문재인 정부는 연금개혁을 방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대선 때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을 통한 국민연금 개혁을 공약했다. 당선 후 개혁안을 마련하긴 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안 됐고 청와대와 정부도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개혁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지난 대선에서 연금개혁이 이슈가 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여야 후보들은 연금개혁을 공약했다. 하지만 실제 개혁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인수위도 이를 의식해 ‘공론화 과정’을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스웨덴은 10년 이상 과정을 거쳐 (연금에 관한) 사회적인 합의에 도달했다”며 “국민들이 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걸 인식한 상태에서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연금 제도 개편 논의를 추진하는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할 방침이다. 안 위원장은 “위원회에서 국민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보험료율과 지급률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 방안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3%다. 안 위원장은 보험료율에 대해 “얼마로 할지에 대해 나름의 생각은 있지만 여기서 말씀드리는 건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부모급여 월 100만원인수위는 윤석열 정부에서 취약 계층 보호를 개선하기 위한 현금성 복지 지원은 노동시장 취약계층과 아동·노인·장애인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만 1세 이하의 아동에게는 월 100만원 수준의 부모급여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수위와 보건복지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2023년 관련 법을 제정한 뒤 2024년부터 월 7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후 임기 중 단계적으로 지급액을 높일 방침이다.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한 조치다. 부모급여는 윤 당선인 공약이다. 근로장려세제(EITC)도 확대할 방침이다.

복지사업 간 중복·편중 또는 누락을 막기 위한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안 위원장은 “사회보장위원회의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해 중앙부처 간 또는 중앙과 지방 복지사업 간 중복이나 편중, 누락이 없도록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연금개혁과 함께 △저소득 및 취약계층 위주의 촘촘한 현금성 복지 지원 △사회 서비스의 다변화 등 세 가지 주요 과제를 내놨다.

양길성/곽용희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