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최종 종착지는 죽음이다. 그런데 굳이 왜 힘겹게 버티며 살아야 할까. 크나큰 불행이 아니라도 무기력한 삶이 계속되면 우리는 스스로 삶의 목적에 의구심을 갖고 이런 질문을 한다. 이 질문은 인류 탄생 이래 반복돼 왔다. 종교는 이 과정에서 생겼다. 누군가는 신이 없으면 삶의 의미도, 목적도 없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공동체를 지켜온 신의 존재와 역할이 없어질 경우 극심한 혼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과연 정말 그럴까.
《신 없는 세계에서 목적 찾기》는 신과 종교가 아닌, 과학의 시선으로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캐나다 토론토대 정신의학과 교수 랠프 루이스가 썼다. 그는 “과학적 정보를 갖춘 휴머니스트의 세계관이야말로 가장 일관되게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세계관”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주변에는 ‘모든 것이 다 정해져 있고, 모든 일은 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직한 직후에 더 나은 직장을 구하거나 누군가와의 사랑에 실패한 뒤 더 잘 맞는 배우자를 만나면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은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런 일에 감정적으로 동요하게 되는 것은 우리 모두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을 가졌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조금씩 편향돼 있다. 원인과 결과, 패턴, 목적을 추론하고 연결하는 일에 더할 나위 없이 능숙하다. 원인과 목적이 아닌데도 굳이 서사를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특정 패턴을 좇고,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는 종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제대로 된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으려면 특정 패턴을 좇고자 하는 인간 고유의 허점을 인정하고 인지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질병에도 ‘왜 하필 나지?’라며 한탄할 게 아니라 ‘왜 내가 아니면 안 되지?’라고 바꿔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강조한다. “생각의 전환을 통해 낙관론을 다시 세워야 한다. 무조건적 낙관이 아니라 신중한 낙관이 중요하다. 모진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에 대한 보살핌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