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품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이 2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1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2020년 9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횡령 등 의혹과 관련해 보조금 관리법 위반, 업무상 횡령, 사기 등 총 8개 혐의로 윤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첫 재판은 기소된 지 11개월 만인 지난해 8월 열렸고 이날까지 8개월 가량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재판정에서 검찰은 "윤 의원이 학예사가 없음에도 학예사가 있는 것처럼 허위신청해 박물관을 등록 신청한 뒤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령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어 "마포쉼터 소장인 망(亡) 손모씨와 공모해 중증 치매를 앓고 있던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할머니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중 5000만원을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 측 변호인은 "박물관 등록 신청과 국고보조금 수령은 개별절차라는 점에서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의연은 자선단체가 아니라 시민단체"라며 "검찰이 정의연을 악의 축으로, 윤 의원을 악마로 묘사하면서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 내내 검찰과 변호인 측의 신경전이 계속됐다. 변호인 측은 재판 시작부터 검찰의 주장은 허구임을 주장하며 그간 공판준비기일에서 나온 증인들의 증언 내용을 줄줄이 읽었다. 그러자 검찰은 “간단한 요약 정도로 끝내야지 지금은 주장과 반박을 하는 시간이 아니다”라며 발언을 제지했다. 증인신청 과정에서도 검찰과 변호인의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2020년 5월 위안부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이 지난 30년 동안 자신을 이용해 받은 후원금과 기부금 등을 유용했다”는 기자회견 하면서 정의연과 관련된 의혹이 불거졌다. 시민단체 등의 고발 17건, 진정 31건이 접수되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윤 의원 등을 재판에 넘겼고 지난해 8월부터 11차례에 걸쳐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윤 의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국고·지방 보조금 3억여원을 취득하고,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개인 계좌 등으로 기부금 42억여원을 모은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계좌로 모금한 기부금 및 단체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치매를 앓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기부·증여하게 한 부분도 공소사실에 포함시켰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