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논술은 인문계열과 경영경제계열의 출제 유형이 각각 다릅니다. 우선 인문계열은 90분 동안 1200자 내외로 한 편의 완성된 글을 기술해야 합니다. 다양한 물음이 한 문항에 복합적으로 엮여 있으며, 자료 등을 많이 활용해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로 1200자의 완성된 생각을 만들어야 합니다. 경영경제계열에서는 600자 내외의 글쓰기와 더불어 수리 논술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수리 논술이 어렵게 출제되는 편입니다.
오늘 다룰 문제는 2021학년도 인문계열 수시 기출 문제입니다. 일정한 유형이 존재하지 않는 한양대 인문 논술 특성상 문제의 요구사항에 집중하면서 답안을 구상해보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논제를 보면 ‘(가)를 토대로 답’하고, ‘(나)를 참조하여 설명하’라고 합니다. 따라서 (가) 혹은 (나) 제시문을 그대로 옮겨적듯이 설명해선 안 되며 제시문들을 바탕으로 여러분의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을 빚어내야 할 것입니다. 시간은 90분이므로, 시간에 맞춰 문제를 풀어보고 다음 호에서 답과 맞춰보기 바랍니다. 제시문은 분량상 원 논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축약합니다.
[문제] (가)를 토대로 ‘지도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하고, (나)의 추론 방식을 참조하여 (다)의 지도 [A]와 [B]에 나타난 제작자의 관점을 각각 설명하시오. (1200자, 1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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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는 지표면을 일정한 비율로 줄여서 기호를 사용해 평면에 나타낸 것이다. 문제는 지구라는 3차원 실체를 2차원 평면으로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왜곡을 피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한편 지도 제작자의 관점에 따라 지도는 달라질 수 있다. 지도의 축척, 방위, 지역 명칭, 지도에 표시할 것과 명칭을 정하는 등의 다양한 요소에 걸쳐 제작자의 관점과 의도가 영향을 끼친다. 즉 지도는 영화의 프레임처럼 지구의 일부만을 재구성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지도는 저널리즘과도 비슷하다. 지도 제작자는 지도가 신문의 그림이나 삽화처럼 보이도록 방위, 축척, 시점 또는 관측 고도를 자유롭게 바꾸기도 한다. 가령 통계 지도는 국가의 크기나 형태는 잘 알아볼 수 없는 대신 국가나 대륙별로 그려진 경제 활동, 군사력, 인구 통계 등 유용한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영화감독이나 저널리스트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심리적, 이데올로기적 관점을 표현하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자들이다. 이들은 관객의 의식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정해 대상들을 선택하고, 배열하고, 해석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세계관은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상황을 반영하며 문화적인 제한을 받는다. 그래서 관객들은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언어를 통해 이야기를 조정할 때 편견이 끼어드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지도 제작자들은 기호, 색상, 지면 등을 자신들의 언어로 사용한다. 이 경우 정보는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전달되며, 전달하는 사람 밖으로 투사된 것은 객관성을 가장한다. 지도의 객관성은 사실 신화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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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던의 지도는 1608년 무렵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지도에 나타난 항로와 항로가 지나는 지명을 보면 중국과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해상 유통망의 항로는 특이하게 류큐, 고베, 나가사키로 연결되는 북양 노선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셀던의 지도를 확보한 인물은 1610년대까지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던 영국 동인도회사의 사령관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지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지리적으로 상세하며 디자인적으로 완결된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중국이 본모습대로 표현되지 않았고, 내륙에 28숙이라는 별자리를 그렸다는 점이다. 이것은 제작자가 내륙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가 많지 않았고 해안을 보다 중시했음을 의미한다. 야간 항해를 위해서는 별자리가 더 중시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제작자는 항로를 먼저 그리고, 다음으로 해안선을 그렸다고 판단된다. 즉 항로 중심이었던 것이다. 또 지도에는 남중국해의 몇몇 섬이 표시돼 있지만 오직 해안을 따라가는 경로와 만나는 곳에만 그려져 있을 뿐이며, 해양 부분은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 이는 이 근방 해역이 지도 제작자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이런 점에서 셀던의 지도는 철저하게 상업적인 관심과 해양적 관점을 가지고 그려진 해도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아무런 제국의 영토적 욕망이나 영유권과 관련된 내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 지도는 누가 어디에서 그렸는가? 지도에 중국어가 표기된 점, 중국을 중앙 위쪽으로 배치한 점, 중국을 그릴 때 기존의 중국 지도를 이용한 점을 감안하면 제작자는 중국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지도에서 지리 정보가 가장 정확한 부분은 지도 절반 남쪽 지역, 자바의 전면 즉 반탐이나 자카르타인 것 같다. 그렇다면 반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탐은 16세기 이 해역에 도달하는 유럽인들의 주된 교역 장소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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