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투자 펀드의 '눈물'…ETF에 치이고 직접 투자에 밀리고

입력 2022-04-28 15:13
수정 2022-04-28 15:32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의 규모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재 성격인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커지고, 펀드에 맡기기보다는 직접 종목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펀드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경제신문이 에프앤가이드로부터 받은 '최근 5년(20분기) 공모펀드 설정액 및 숫자 증감 추이(ETF 제외)'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매분기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전 30조원을 넘었던 펀드 설정액은 올해 1분기에는 19조 5060억원을 기록해 3분의 1이상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700개가 넘었던 펀드 숫자도 현재 654개로 줄어들었다.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던 국내주식형 공모펀드의 설정액은 특히 코로나19 장세로 증시가 활황을 보였던 2020년 하반기에 크게 급감하며 처음으로 2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코스피 등 인덱스를 추종하는 국내인덱스주식형 펀드보다는, 펀드매니저가 주식을 임의적으로 담아 운용하는 국내액티브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이 급감했다. 국내액티브주식형 펀드 설정액만 따로 놓고 보면, 4년전 28조원 규모였던 설정액은 올해 1분기 15조원으로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동학개미운동' 등 국내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펀드 설정액이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동학개미운동이 가장 강하게 일어났던 2020년 하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공모펀드보다 좀 더 쉽게 접근이 가능한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이 주춤하는 사이 국내주식형 ETF는 급성장했다. 4년전 9조원대였던 설정액은 올해 1분기 약 25조원 규모로 커지면서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은행 등을 통해 가입해야 하는 펀드와 달리 모바일 주식 거래 시스템(MTS)으로 쉽게 접근가능하다는 점, 즉각적인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등이 ETF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특히 2020년 코로나 장세로 유입된 신규 투자자들이 공모펀드보다는 ETF에 더 많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특히 미래 투자자들인 20·30세대의 경우 가입이나 거래가 불편한 공모펀드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2020년 하반기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해외 주식형 펀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4분기 17조원대였던 설정액은 올해 1분기 20조원4576억원을 기록했다. 국내투자자들의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해외주식형 펀드의 설정액도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국내주식형·국내채권형·국내대체형·해외주식형·해외채권형·해외대체형 등을 포함한 전체 펀드 설정액은 올해 1분기 220조3541억원으로 매년 조금씩 커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 자금, 국내외 부동산 투자 자금 등이 늘면서 설정액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향후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다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주식시장의 불황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공모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규모가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직접 투자에 나선 개미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악화된다면, 다시 전문가들을 찾을거란 의미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2020~2021년 이례적인 코로나 장세때와 달리 요즘 같은 시장에서 개인들이 직접 투자로 수익을 보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경험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 결국 펀드 등을 통해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간접투자 방식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