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수' 일본은행의 엔低 방어 시나리오 뭐가 있나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2-04-28 06:19
수정 2022-04-28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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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이 27~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20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엔화 약세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일본은행이 10여년 만에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은 어떤 수단으로 구성되는지, 정책을 수정한다면 어떤 시나리오가 예상되는지 2회에 걸쳐 살펴본다. 2회는 일본은행의 향후 시나리오를 전망해 본다. ◆'기준금리 근처도 못오게' 뉘앙스 완화일본은행은 4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변수는 환율이다.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엔저(低)를 방어하려는 신호를 일절 주지않으면 엔화 약세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바클레이즈증권은 달러당 엔화 값이 현재의 125엔대를 이어가면 올 여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엔화값이 140엔까지 떨어지면 물가상승률은 2.5%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오는 7월 상원 격인 참의원 선거를 치른다. 임금인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물가마저 급등하면 지지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선거 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내각과 여당인 자민당이 일본은행에 정책을 수정하라는 압박을 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본은행이 엔저를 막기 위한 미세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운영지침 변경을 꼽는다.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0.1%, 장기금리는 ±0.25% 정도 또는 이를 밑도는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이를 밑도는 수준'이라는 문구를 삭제한다는 시나리오다.

일본은행은 2019년 10월 이 문구를 추가했다. 2019년 하반기는 지금과 반대로 엔고(高) 우려가 클 때였다. '이를 밑도는 수준'을 빼면 '기준금리 근처도 못오게 하겠다'는 강경한 뉘앙스가 다소 누그러뜨려지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무구루마 나오미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선임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색채를 옅게 만들어 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엔저를 억제하는데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0.25% 정도'인 장기금리 상하한을 '±0.5%'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장기금리가 0.25% 가까이 오를 때마다 일본은행이 공개시장운용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일본은행은 지난 2월 이후 국채 10년물을 0.25% 금리에 무제한 사들이는 가격지정 공개시장운용을 세 차례 실시했다.

장기금리가 0.5% 수준까지 오르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이를 노린 엔화 매도·달러 매수세를 진정시킬 수 있다. 단 설비투자 감소 등 경기를 냉각시키는 부작용도 만만찮다는 분석이다. ◆금리인상 준비 안된 日, 부작용도 장기금리의 기준을 현재의 10년 만기 국채에서 5년 만기 국채로 바꾸는 시나리오도 있다. 채권은 만기가 짧을 수록 이자율도 낮다. 장기금리의 기준물을 10년에서 5년으로 바꾸면 금리 상한폭을 조정하지 않고도 장기금리를 일본은행의 목표 범위 이내로 유지하기 쉬워진다.

하지만 기준을 5년물로 바꾸는 건 10년물에 대한 금리 통제를 포기하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일본은행의 통제를 벗어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치솟을 우려가 있다. 1000조엔 규모로 불어난 일본 정부 부채의 상당 부분은 10년 만기 국채다. 국채 이자부담이 급증해 재정을 파탄낼 가능성이 있다. 일본인의 일상생활에 직결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준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2016년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6년 만에 해제하는 것이다. 엔화 추락의 근본원인인 미일 금리차가 줄어들어 환율 방어 효과가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자부담 등 기업과 가계가 받는 충격은 가장 클 전망이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10년 가까이 지속한 결과 일본 경제가 금리 인상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정책을 바꾸는게 옳은 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건드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이유다.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엔저에 대응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금융완화 장기화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2023년 하반기 금융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