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짝 거리서 즐기는 국내 정통 재즈클럽

입력 2022-04-28 17:00
수정 2022-04-29 08:51

앉은 곳에서 무대까지의 거리는 두 발짝이 채 안 됐다. 음악에 심취한 베이시스트의 찌그러진 미간과 스스로 만들어내는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는 피아니스트의 콧소리가 또렷하다. 재즈와 첫사랑에 빠지기에 완벽한 거리. 리듬에 따라 까닥이는 기타리스트의 발짓에 맞춰 관객들의 고개도 함께 끄덕인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호텔의 루프톱 바 ‘더 그리핀’ 속 장면이다. 더 그리핀은 수년째 매주 이틀씩 국내외 재즈 뮤지션의 라이브 연주를 별도 관람료 없이 감상할 수 있는 ‘라이브 재즈 나잇(Live Jazz Night)’을 열고 있다. 국내 특급 호텔 바 가운데 이런 정통 재즈 공연을 꾸준히 꾸리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이날 스코틀랜드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폴 커비, 국내 재즈신의 떠오르는 기타리스트 나영찬과 무대에 선 베이시스트 김대호는 “저희는 시리어스(심각)하게 연주하지만 여러분은 시리어스하지 않게 들으시라”고 했다. 클래식 공연과 달리 재즈를 즐기는 데는 규칙이랄 게 없다. 연주 중간에라도 마음을 울리는 구간이 있었다면 기꺼이 박수를 치고 환호해도 좋다. 곁에 있는 사람과 감상을 주고받는 것도 환영이다. 그냥 눈앞에 펼쳐지는 리듬과 멜로디를 즐기면 된다.

‘그 순간’의 즉흥성과 감성이 생명인 재즈 공연은 그래서 재즈바에 듣는 게 좋다. 코로나 사태로 ‘원스 인 어 블루문’ ‘올댓재즈’ ‘몽크’ 등 수십 년간 명성을 이어온 국내 재즈 명소들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1세대 재즈클럽과 최근 문을 여는 트렌디한 2세대 재즈바들은 국내 재즈 애호가들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사랑 받는다.

서울에서 가볼 만한 정통 재즈클럽으로는 인사동의 ‘천년동안도’와 홍대 앞 ‘에반스’, 교대역 근처 ‘디바야누스’가 손꼽힌다. 디바야누스는 1978년 한국 재즈의 대모 고(故) 박성연이 국내 첫 토종 재즈클럽으로 시작한 ‘야누스’의 전통을 이어받아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소울’ ‘라라랜드’ ‘위플래쉬’ 같은 요즘 영화로 재즈를 접한 젊은 층 사이에선 술 한 잔 놓고 가벼운 분위기에서 재즈를 즐길 수 있는 재즈바가 인기다. 1세대 재즈클럽이 홍대와 대학로, 이태원, 압구정에 많았다면 요즘 문을 여는 재즈바는 동네부터 다르다. 2017년 성수동 수제화거리에 간판도 없이 문을 연 ‘포지티브 제로 라운지’는 이미 매일밤 새로운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는 대표 재즈바로 자리 잡았다. 광진구 구의역 근처 ‘디도 재즈 라운지’와 종로 낙원상가 안 ‘실낙원’, 연남동의 ‘연남5701’는 인생 첫 재즈바 추천 리스트에 단골로 오르는 곳들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