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포트·몬트리올·뉴올리언스…올여름 재즈성지로 떠나볼까

입력 2022-04-28 17:01
수정 2022-04-29 01:55

“재즈는 그냥 듣기만 하는 음악이 아니에요. 다들 얼마나 목숨 걸고 하는지 직접 봐야 해요. 모든 연주자가 새로 작곡하고 편곡하면서 선율까지 들려주죠. 매일 밤이 초연이에요.”

영화 ‘라라랜드’ 속 주인공 세바스천(라이언 고슬링)은 재즈를 칵테일 파티의 배경음악쯤으로 치부하는 미아(엠마 스톤)에게 재즈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재즈는 즉흥적이다. 각양각색의 악기가 악보나 지휘자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때로는 치고받고 싸우듯, 때로는 서로 어루만지듯 밀고 당긴다. 재즈는 무대 위에서 모든 게 새로 탄생한다. 여기에 수천, 수만 관객의 에너지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모두가 만드는 순간의 축제’가 완성된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부활 알린 ‘뉴포트’재즈 마니아들의 심장을 뛰게 할 재즈 페스티벌이 올해는 세계 곳곳에서 다시 열린다. 코로나19로 멈췄던 ‘재즈의 시간’을 되찾고 싶은 이들은 재즈 페스티벌 라인업이 공개될 때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 재즈 페스티벌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건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이다. 오는 7월 말 정상 개최될 예정이다. 미국 남동부 휴양도시 뉴포트에서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그림 같은 여름 바다와 재즈의 선율이 어우러져 매년 전 세계 재즈 애호가의 발길을 잡아끈다. 1954년 처음 개최된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은 이듬해인 1955년 재즈 역사의 새 장을 열어젖힌 무대를 선보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설적인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는 그해 이곳에서 재즈의 대표 명곡인 ‘라운드 미드나잇’을 초연했다. 마약 중독으로 침체기를 겪었던 데이비스는 이날을 기점으로 완전히 재기에 성공했다. 올해 축제엔 에릭 베넷, 데렉 보르도, 브라이언 컬버트슨 등이 초청됐다. 몬트리올 갈까, 몽트뢰로 떠날까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재즈 축제는 캐나다 퀘백주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6월 30일부터 7월 9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 전까지 매년 전 세계 250만 관객이 이곳을 찾았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이 페스티벌에선 음악가 2000여 명이 열흘간 600개 넘는 공연을 펼친다. 정식 공연장이 아니어도 곳곳의 재즈클럽과 공원, 풀밭에서 열리는 무료 공연으로 축제 기간 내내 도시가 춤춘다. ‘북미의 파리’라 불리며 미국과 유럽의 문화가 어우러진 몬트리올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관광지다. 올해는 팻 매스니, 고고펭귄, 마커스 밀러, 미시시피 히트 등이 라인업에 포함됐다.

스위스 레만호숫가 휴양도시인 몽트뢰에선 매년 7월 재즈 선율이 울려 퍼진다.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 다음으로 규모가 큰 음악 페스티벌. 재즈뿐만 아니라 블루스, 록, 레게, 소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이 펼쳐진다. 필 콜린스, 비비킹, 밥 딜런, 스팅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참여했고, 매년 20만 명 이상이 축제를 방문하고 있다. 올해는 7월 1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허비 행콕, 제이미 컬럼, 유세프 다예스, 존 맥러플린 등이 무대에 선다. 재즈의 메카, 뉴욕과 뉴올리언스
미국 뉴욕엔 재즈의 명소가 밀집해 있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아폴로 극장’은 그중에서도 ‘스타가 태어나고 전설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손꼽힌다. 1934년부터 매주 수요일 밤 열리는 신인 경연 무대 ‘아마추어 나이트’로 수많은 재즈 거장이 탄생했다. 듀크 엘링턴, 냇 킹 콜, 사라 본, 엘라 피츠제럴드 등이 여기서 발굴됐다.

빌 에반스의 라이브 음반을 포함해 100개 넘는 재즈 명반이 녹음된 ‘빌리지 뱅가드’, 듀크 엘링턴의 오케스트라가 하우스 악단으로 활동했던 ‘코튼 클럽’도 재즈 팬이라면 가봐야 할 명소다.

재즈의 발상지 미국 뉴올리언스도 빠뜨릴 수 없다. 50년 넘게 매년 4월 마지막주부터 약 열흘간 펼쳐져온 ‘뉴올리언스 재즈&헤리티지 페스티벌’은 뉴올리언스만의 ‘재즈 소울’을 맛볼 수 있는 한 조각에 불과하다. 재즈의 전설 루이 암스트롱의 고향이기도 한 뉴올리언스는 도시 곳곳의 광장과 카페, 클럽에서 1년 내내 재즈를 즐길 수 있다. 1961년 문을 연 재즈클럽 ‘프리저베이션 홀’도 손꼽히는 재즈 성지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