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고위험 업종의 제조업체에 다음달까지 안전관리 점검을 한 뒤 결과를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제조업 사망사고가 되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기업들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27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고용부 공문에 따르면 고용부는 ‘고위험 사업장’ 보유 제조업체 2063곳에 지난 20일자로 자율점검을 지시했다.
지시 사항은 △29일까지 자체 점검 계획을 수립하고 △본사 안전보건전담조직을 활용해 모든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점검한 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경영책임자가 확인한 결과를 내달 23일까지 고용부로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심지어 “전담조직을 구성할 의무가 없는 기업도 본사 인력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인력이 부족하면 외부 인력을 선발하라는 요구도 있다. 고용부는 “점검 계획 미실시, 불량 점검 사업장은 강도 높은 기획 감독을 시행하고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3주 안에 사업장을 전부 점검한 뒤 개선 방안을 세우고 경영책임자의 최종 결재까지 받는 건 일정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업체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제조업체 임원은 “기일 내에 점검을 완료하려면 부실 점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기보고 내용이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해 책임을 기업에 전가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고용부는 공문에서 “제조업 사망사고가 전년 대비 5명 증가했고, 특히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제조업 사망사고는 12명(50%) 늘어나는 등 금년에 사망사고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시 배경을 설명했다. 한 산업안전분야 전문가는 “고용부의 초조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5월까지라는 촉박한 기일 부여는 차기 정부에 대한 눈치 보기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