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GM은 본사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세계 각국 사업장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직된 노동 관련 제도와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까다로운 투자 인센티브 조건이 걸림돌입니다.”
다음달 4년6개월간의 한국GM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마무리하는 카허 카젬 사장(사진)이 27일 열린 산업발전포럼에서 한국에 뼈 있는 조언을 남겼다. 세계 최고 수준 부품 공급망과 우수한 인력 등의 장점에도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많다는 얘기다.
카젬 사장은 노동 관련 제도와 부족한 투자 인센티브를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주 52시간 근무 제한 등의 노동제도는 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파견·계약직 근로 규제가 불명확해 사업의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불법 파견’ 등의 혐의로 출국금지를 당하며 곤욕을 치렀던 카젬 사장은 “선진국에서는 통상 민사 규제 사안인 노동 관련 행위가 한국에선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글로벌 조직의 뛰어난 인재를 한국에 유치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인센티브 전쟁’을 벌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이 소극적이라고도 했다. 한국이 인센티브 지급 기준으로 삼는 새 공장 건설이나 대규모 증설이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카젬 사장은 “최근 신차를 생산하기 위한 창원공장 업그레이드에 1조원을 투자했지만 인센티브에서 제외됐다”며 “이래서는 전기차 전환기 당면 과제인 ‘고용 유지’조차 달성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는 디어크 루카트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회장도 나와 쓴소리를 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루카트 회장은 “우리 회원사들은 유럽에서 갖고 있는 기준을 한국에서 똑같이 적용할 정도로 안전에 신경 쓰지만,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모호한 점이 매우 많다”며 “CEO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이 법이 재논의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유럽 기준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법이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