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용부, 기업 2000여곳에 "3주 내로 중대재해 실태 보고하라"

입력 2022-04-27 16:25
수정 2022-04-27 17:22


지난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제조업 사망사고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초조해진 고용부가 현장 사업장에 대한 전면 압박에 나섰다. 제조업체 2063개에 보낸 공문을 통해 한달 안에 전국 사업장 6688개를 자율 점검하고 결과를 보고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일선 제조업체 산업안전 담당자들은 이런 고용부의 요구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7일 한국경제가 입수한 고용부 공문에 따르면 고용부는 20일자로 제조업 '고위험사업장' 보유 기업들에 일괄적인 자율점검을 지시했다.

고용부는 기업들에게 △29일까지 자체 점검 계획을 수립하고 △본사 안전보건전담조직 활용해 모든 소속 사업장 안전관리 상태를 점검한 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결과를 내달 23일까지 산업안전보건본부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전담 조직을 구성할 의무가 없는 규모의 기업에도 "본사 안전보건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현장점검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인력이 부족하면 외부 인력까지 편성해서 실시하라는 문구도 보인다.

게다가 문구는 '자율' 점검이지만 사실상 강제에 가깝다는 게 업체들의 지적이다. 공문에서부터 아예 "점검계획 미수립, 미실시 및 점검 불량 의심 사업장은 강도 높은 기획 감독을 실시하고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경고에 나섰다.

일주일 안에 계획을 세우고 3주 안에 경영책임자 승인을 거친 결과 보고를 마무리 지으라는 요구에 기업들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고용부가 공문에 첨부한 자체 점검 가이드 서류만해도 14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다.

한 제조업체 임원은 "경영책임자의 승인까지 받은 서류를 제출하는 데 고용부가 제시한 기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이라며 "결국 부실 점검으로 이어져 이후 중대재해 발생 시 제출한 서류가 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안전보건 인력의 잦은 이직과 구인난 등으로 제대로 된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지 못한 기업도 불만을 나타냈다. 다른 제조업체 안전보건관리자는 "결국 현장 점검과 관리를 진행할 인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꼼짝 없이 제재 당할 판"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고용부는 공문에서 "제조업 사망사고가 전년 대비 5명이 증가했고, 특히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제조업 사망사고는 12명(50%) 증가하는 등 제조업 사망사고가 금년에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지시 배경을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제조업 이후엔 건설업 기업 등에도 자율점검을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산업안전분야 전문가는 "산재 사망사고자가 줄지 않아 초조한 고용부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촉박한 기일 설정과 독촉은 기업에 대한 윽박지르기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