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남편과 맞벌이를 하면서 11살, 9살 된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40대 박모씨. 박씨는 3일 전 벌어진 갑작스러운 사고에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빙상 선수를 준비 중인 첫째 아이와 훈련 중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던 또래 아이가 아들의 스케이트 날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치는 사고 때문입니다. 피해 아이는 코가 함몰되고 왼쪽 볼이 찢어졌습니다. 피해 아동의 부모로부터 기본적인 상해의료비, 골절진단비, 입원일당은 물론 성형수술비까지 청구될 경우 그 금액만 500만원 상당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박씨는 잠든 첫째 아들의 얼굴과 자신의 통장 잔고를 번갈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예상치 못한 수많은 사고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말이죠. 자신의 실수로 타인의 몸에 상해를 입히거나, 자녀가 또래를 다치게 하는 경우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잦은 빈도로 발생합니다. 이처럼 고의성이 없음에도 발생하는 사고로 난처한 상황에 놓일 때 배상책임 손해를 보상해줄 수 있는 보험이 바로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피보험자가 주거하는 보험증권에 기재된 주택의 소유·사용·관리 중에 발생한 우연한 사고로 피보험자가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거나, 일상생활 활동 중 사고로 인한 배상책임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피보험자 범위에 따라 가족일배책, 자녀일배책 등으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통상 보험증권에 기재된 본인과 그 배우자가 피보험자로 규정되지만 가족일배책의 경우 동거 친족과 별거 중인 미혼 자녀까지 대상이 확대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피해 전반을 보상해주는 보험이기 때문에 보상 범위가 넓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본 박 씨 사례처럼 자녀의 훈련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선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배책에서 보상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피보험자의 범위가 확대된 가족일배책과 자녀일배책의 경우 미성년 자녀도 피보험자에 해당하므로 즉시 보상이 가능합니다.
부모만 일배책 피보험자로 가입돼있더라도 보상 처리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의 경우 책임능력이 없어 배상책임 자체가 발생하지 않고, 그의 부모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적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753조(미성년자의 책임능력)에서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755조(감독자의 책임) 제1항에서는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책임이 없는 경우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죠.
이에 따라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의 경우 법정감독의무가 있는 부모가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지 않는 한 전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됩니다. 판례에 따르면 통상 12세 아동까지 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15세 이상 아동부터는 책임능력이 있다고 보는 경우가 많고, 13~14세에 아동에 대해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정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단, 책임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미성년자라도 부모의 감독의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민법 제750조 일반불법행위 규정에 따라 미성년자로 인한 손해가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있음을 피해자가 입증하는 경우 그 부모 역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훈련 중에 발생한 사고인 만큼 미성년자를 관리·감독하는 교사 등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미성년자에 대한 일차적 배상책임은 부모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7년 4월 26일 선고 2005다24318 판결에는 "민법 제755조에 의해 책임능력 없는 미성년자를 감독할 친권자 등 법정감독의무자의 보호·감독책임은 미성년자 생활 전반에 미치는 것이고, 법정감독의무자를 대신해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하는 교사 등의 보호·감독책임은 학교 내 학생의 모든 생활 관계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의 교육 활동 및 이와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생활 관계에 한한다. 대리감독자가 있다는 사실만 가지고 곧 친권자의 법정감독책임이 면탈된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단, 예외 사례는 있습니다. 정식 경기 중 발생한 사고라면 위법성 조각 사유에 따라 법률상 배상책임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법률상 배상책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일배책 보험금 처리도 이뤄질 수 없습니다. 법률상 책임능력이 있는 성년자의 직업적 활동에서 비롯된 사고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일배책에서 보상이 이뤄질 수 없는 사안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현재 직무 수행에 직접 기인한 사고는 일배책 보상 불가 사안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법정감독의무자인 부모가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가해자의 행동에 고의성이 없었다면 자녀일배책은 물론 부모가 피보험자로 가입된 일배책으로도 배상책임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며 "일배책은 단독 상품이 아닌 손해보험사가 판매 중인 상해보험, 주택화재보험, 어린이보험 등에 특약 형태로 가입돼있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면 일배책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보상 처리를 진행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 내용은 특정 사례에 따른 것으로, 실제 민원에 대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