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검수완박 놓고 '강대강' 대치…얼어붙은 4月 국회 [종합]

입력 2022-04-27 13:57
수정 2022-04-27 14:34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7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민심 역주행"이라며 저지에 총력을 쏟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는 모양새다.

민주 "오늘 본회의 열어 반드시 처리하겠다" 강행 의지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법에 대해 "오늘 본회의를 열어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여야 합의든 국민 약속이든 국회선진화법이든 깡그리 무시하겠다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더는 휘둘릴 수 없다"고 강행 의지를 확인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역시 "국민 앞에 여야가 이뤄낸 검찰 정상화의 합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핸드폰은 뒤집어놓으면 소리가 나지 않지만, 합의는 뒤집어도 합의"라면서 국민의힘의 여야 중재안 합의 파기를 직격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정치쇼'라고 규정하면서 '정략적인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법제사법위원회 간사가 비공개로 만나 조문 하나하나를 함께 검토해 합의해 놓고 정작 그 합의사항 처리를 물리적으로 막는 이중적 정치쇼"라고 했다.

그러면서 "합의 파기로 인한 국회 대결 국면이 길어질수록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국민의힘과 윤 당선인의 속내"라며 "최악의 인사 참사로 도배된 역대급 인사청문회도 묻힐 것이고 지방선거에도 유리하다는 계산"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민심(民心) 역주행 멈추라"…연좌농성 돌입국민의힘은 '날치기', '엉터리', '졸속' 등 민주당을 향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부터 국회 본관 2층 계단 앞에서 검수완박 강행 처리 저지를 위한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민주당은 민심(民心) 역주행을 멈춰야 한다"며 "국민 동의를 받지 못했을뿐더러, 국민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게 자명한 검수완박 법을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모든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원회를 소집했지만, 민주당은 꼼수·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비교섭 단체 몫으로 배정했다. 제대로 된 토론, 논의 한번 해보지 않고, 안건조정위는 전광석화처럼 마무리됐다"며 "국회 선진화법 정신은 철저히 짓밟혔다. 전체회의 역시 토론은 생략한 채 상정과 함께 의결이 이뤄졌다. 이런 엉터리 졸속 입법이 어디 있겠냐"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이렇게 날치기 통과를 하다 보니 여야 간사 간 조정된 법안이 있었음에도, 그 법안이 상정되지 않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만든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법안이 상정되는 그런 웃지 못할 일까지 생겼다"며 "심각한 부작용과 국민 원망 모두 민주당이 짊어져야 한다"고 했다.

檢 "검수완박 '위헌' 소지 명백"…尹 "당에서 알아서 할 것"검찰은 검수완박 법안에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본회의 상정 재고를 호소했다.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정 무렵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를 10분도 되지 않아 통과했다"며 "검찰 수사 중 진범이나 공범이 확인돼도, 추가적인 피해 사실이 발견되더라도 직접 수사할 수도, 경찰에 수사를 요구할 방법도 없다"고 했다.

박 차장검사는 "검찰이 수사를 못 하도록 하고 검사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것은 내용상 위헌 소지가 있음이 명백하다"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법안을 관계기관 의견 수렴, 공청회 등 충분한 논의 없이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하루아침에 다수결로 강행 통과시킨 것은 절차상으로도 심각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날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 본회의 통과 가능성에 대해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브리핑에서 "여의도 정치권에서 서두르지 말고 심도 있게 논의해 국민이 원하는 답변을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결사, 열쇠 쥔 정의당…민주 "회기 쪼개기"민주당은 이날 새벽 법안심사제1소위와 안건조정위에서 의결된 검찰 수사·기소 분리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기립표결을 통해 의결했다. 이는 전체회의가 열린 지 약 8분 만에 이뤄졌다.

상임위 관문을 넘은 만큼, 민주당은 박 의장의 협조를 얻어 이르면 이날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동원해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의 종결은 재적 의원의 5분의 3 이상(180석)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171석의 민주당으로서는 자당 출신 무소속 5~6석,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찬성 입장을 밝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등을 모두 합쳐도 180석이 되지 않아 정의당의 지원사격이 절실한 입장이다.

정의당은 법안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표결에도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필리버스터가 소수정당의 반론권을 보장하는 제도인 만큼, 의석수가 부족한 국민의힘의 반론권을 묵살시키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미 4월 국회 처리를 해야 한다는 게 정의당의 입장이니까 찬성으로 당연히 (표를) 던지는 것"이라며 검수완박법 처리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배 원내대표는 "소수정당의 반론권을 보장하는 게 필리버스터인데, 소수정당이 이런 필리버스터의 정신을 무력화시키는 투표에 참여하는 게 맞느냐는 당내 의견이 있다"며 "어쨌든 국민의힘이 합의안을 파기했고 정의당 입장이 4월 처리 입장인 만큼, 필요하다면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정의당의 필리버스터 중단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를 통한 무력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종의 '살라미 전술'인 회기 쪼개기는 필리버스터 도중 회기가 종료되면 토론도 종결한 것으로 간주하고, 다음 회기에 관련 법안을 자동으로 상정하는 국회법 조항을 활용한 방법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검찰 수사권 법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회기 종료 방식으로 이 사안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회기 쪼개기 활용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본회의 안건 상정 및 회기 쪼개기 승인 등 권한을 가진 박 의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여러 가지 고려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2시 양당 원내대표와 만난다. 이 자리에서는 본회의 상정 여부 및 시기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