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국내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에도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민간 기업들이 일·가정 양립 등 가족 친화 제도 정착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6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한 국가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한미글로벌 인구문제연구소가 주관하고,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포스코·SK·한미글로벌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선 인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현황 및 대책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면 경제성장률 하락 및 재정 악화, 병역 자원 부족에 따른 안보 불안 등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명을 밑돌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1명으로 더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 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뜻한다.
《인구 위기국가 일본》의 저자인 정현숙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일본 정부의 인구정책이 실패한 원인을 소개했다. 일본 정부가 사회보장비용 충당을 위해 일반 국민의 조세 부담률을 높여야 했지만, 국민 저항을 의식해 증세 대신 국채 발행에만 의존했다는 게 정 교수의 진단이다.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의 저자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의 상설조직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구학회장을 지낸 은기수 교수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가족 친화 제도 도입을 강조했다. 특히 은 교수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포스코그룹을 뽑았다. 포스코그룹이 시행하는 각종 출산·육아 지원 제도 및 유연근무제를 다른 기업들도 벤치마킹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지금까지 저출산 극복 노력은 정부와 학계를 중심으로만 이뤄져 왔다”며 “실제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선 민간 기업들이 적극 참여해야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엔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명예원장을 비롯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등도 참석했다. 반 전 총장은 축사에서 “정부와 정치인, 국민 모두가 합심해 좋은 일자리, 주거 문제, 일과 가정의 양립, 양성평등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