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티빙·웨이브 등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로 키우기 위해 다양한 ‘당근’ 정책을 내놓기로 했다. 콘텐츠 제작비에 세제 혜택을 주는 동시에 콘텐츠 제작비를 댈 대규모 펀드도 만들어주기로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디어 분야 규제 혁신 및 성장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박성중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미디어 전반에 걸친 낡고 과도한 규제를 혁신하고 OTT 등 디지털·콘텐츠 산업 혁신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차기 정부는 미디어 전략 컨트롤타워인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인수위는 2016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황소개구리’인 넷플릭스로 인해 국내 OTT 생태계가 초토화됐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 넷플릭스 매출은 6316억원으로, 국내 3대 OTT업체를 합친 매출 4324억원(웨이브 2301억원, 티빙 1315억원, 왓챠 708억원)보다 훨씬 많다.
인수위는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OTT의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한 뒤 여기에 해당하는 업체를 전폭 지원하기로 했다. 국회는 지난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OTT를 ‘인터넷 망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역무’로 규정했다. 이전엔 OTT의 법적 정의가 따로 없어 세액 공제 등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대규모 민·관 합동 ‘K-OTT 펀드’도 조성한다. 이 펀드는 OTT 특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 투자된다. 국내 OTT의 해외 진출을 도울 K-OTT 전진기지도 구축한다. 토종 OTT가 자체적으로 등급을 매길 수 있는 길도 열어주기로 했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정책은 시의성이 중요하므로 빠른 시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