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값 13% 인상…분양가 상승 '쓰나미' 온다

입력 2022-04-26 17:54
수정 2022-04-27 00:56
레미콘 가격이 오는 5월부터 13% 인상된다. 역대 최대 인상폭이다. 레미콘의 주 원료가 되는 시멘트 가격이 15% 이상 뛴 영향이 컸다.

일반 건물 건자재 원가의 50%를 차지하는 레미콘과 철근 가격이 급등한 데다 목재 창호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건설 원가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는 다음달부터 레미콘 가격을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원으로 13% 인상하기로 26일 합의했다. 유진기업 삼표산업 아주산업 등 서울·인천·경기 지역 138개 업체는 내달부터 바뀐 가격으로 레미콘을 건설사에 납품할 예정이다. 레미콘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멘트 가격이 4월부터 15~17% 오른 데다 모래 자갈 등 골재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5%, 경유 가격이 40%, 운반비가 10% 각각 오른 상태라 레미콘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레미콘업계는 협상 초기 레미콘 가격을 최소 19%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건설업계는 6% 내외의 인상률을 고수했다. 한때 타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수도권 레미콘업계는 27일부터 무기한 조업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26일 4차 협상에서 건설업계가 레미콘 가격 인상률을 한 발 양보했고, 레미콘업계는 가격 적용 시점을 기존 4월에서 5월로 미루기로 해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건물의 뼈대를 구성하는 철근을 비롯해 몸통을 채우는 레미콘 가격이 급등하자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핵심 건설자재로 꼽히는 철근 가격은 지난해 4월 t당 70만원 수준에서 현재 110만원대에서 거래돼 50% 이상 급등한 상태다. 주요 목재와 합판류도 최근 1년간 50~60%가량 올랐다.

국제 유가에 영향을 받는 창호류도 30% 이상 급등했다. 아파트를 지을 때 거푸집으로 쓰이는 알루미늄 폼은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수급조차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단 난간을 만들 때 쓰이는 스테인리스 역시 구하기 어려워 가격이 2~3배 뛰었다. 건설업계는 자재비 급등으로 전체 공사비가 12%가량 오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발주처와 오래전 원자재 가격을 기준으로 계약한 상태라 계약 변경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 가격 인상의 시발점은 국제 유연탄 가격 급등이다. 유연탄은 레미콘의 주재료인 시멘트의 주요 제조 연료다. 우리나라는 시멘트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75%가 러시아산이다. 영국 유연탄 가격 평가 기관인 GCI에 따르면 국제 유연탄 가격은 지난 25일 t당 372달러로, 2020년 평균 가격(60달러)의 여섯 배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르던 가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급등세의 도화선이 됐다. 이 영향으로 시멘트 가격은 지난 3~4월부터 t당 7만8800원에서 9만1000~9만3000원으로 15~17% 인상됐다.

홍남도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 회장은 “관급 공사에선 어느 정도 자재비 인상을 분양가에 반영해 주지만 민간 공사에선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 건설사가 생존 위기에까지 몰린 상태여서 분양가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