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금리가 연 2.0%를 넘어섰지만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 보관 중인 투자자 예치금은 단 한 푼의 이자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형 거래소는 이자를 지급하면 유사 수신 행위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거래소의 경우 포인트 적립 등 방식을 채택하기도 해 사실상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에 투자자가 맡긴 원화 예치금은 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암호화폐 투자자가 은행 실명계좌에서 본인 인증을 거쳐 거래소에 입금한 돈은 해당 거래소의 은행 법인계좌에 보관된다.
문제는 거래소 은행 실명계좌에 맡긴 예치금이 예금으로 인식되면서도 투자자에게 이자가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예치금에 대해 자신들이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구조라고 해명한다. 보관된 금액에 이자를 지급하면 유사 수신업으로 분류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자 대신 이미 리워드 형태로 지급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일 코빗은 거래소에 맡겨둔 금액에 대해 매일 세후 연 1.0%의 KRW포인트를 지급하기로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거래소에 따라 다르지만 업비트 등 일부 거래소는 법인계좌에 보관한 투자자 자금에 대해 예금 이자를 받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도 주식계좌 예탁금에 연 0.2%가량의 이용료율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월 이용료율을 연 0.1%에서 연 0.25%로 인상했고, NH투자증권은 작년 말 연 0.1%에서 연 0.3%로 상향 조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회사가 개인투자자 예치금에서 발생한 이자를 꿀꺽했다고 한다면 과연 당국이나 투자자가 용납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