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부품·소재 대란이 생활용품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소비재 대부분이 중국산 원부자재를 사용하거나, 중국 수입 비중이 높은 영향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수입 품목 1만2586개 중 중국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은 1850개로 미국(503개)과 일본(438개)보다 많았다.
수도권의 한 대형 문구제조업체는 최근 문구용 풀 등 접착제의 핵심 원료로 쓰이는 폴리바이닐피롤리돈(PVP) 공급이 끊겨 전전긍긍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PVP 가격은 이미 40% 이상 올랐지만, PVP를 합성하는 데 쓰이는 원료 공장이 상하이 주변에 대거 몰린 탓에 이제는 수급 자체가 막혔다는 하소연이다. 또 다른 문구제조업체 역시 확보한 PVP 물량이 3개월치에 그쳐 고심하고 있다. 이 업체 사장은 “당장 신규 물량을 구하려면 반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했다.
유아용품, 화장품, 치과용 인상재, 건자재, 전자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실리콘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실리콘 제조업체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수입업체들이 국내 제조사에 구매 문의를 하고 있지만 좀처럼 물량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실리콘 고무를 생산하는 수도권의 한 업체 사장은 “중국 현지 업체들은 5월만 지나면 봉쇄가 풀릴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봉쇄 이후 주문한 실리콘 원료 선적은 한없이 지연될 전망”이라고 귀띔했다.
자전거 회사인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도 중국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자전거 부품 및 완제품의 90% 이상을 중국 생산기지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공급받고 있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판매량이 집중된 상반기 물량은 작년 말 이미 확보했으나 봉쇄령이 길어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알톤스포츠는 “봉쇄령이 지속 유지될 경우 물류 등에서 일부 수급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현지 시장에 진출한 소비재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장품 전문기업 아모레퍼시픽의 상하이 공장은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이달 초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다.
민경진/안대규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