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유니콘 기업’ 대접을 받아온 디앤디파마텍이 최근 상장예비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디앤디는 2014년 창업 후 투자금으로 2191억원을 끌어모았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세운 벤처캐피털(VC)도 592억원을 투자했다.
거래소가 퇴짜를 놓은 이유는 이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인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의 효능을 입증할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한때는 기술이전 여부를 상장 자격 요건처럼 요구하던 거래소가 이제는 한술 더 떠 후보물질의 효능까지 따지겠다고 나선 셈이다. 비상장 바이오 벤처들은 날벼락을 맞은 듯한 분위기다. 이런 상장 기준을 충족하기가 수월하지 않아서다.
신약 개발사가 약물 효능 데이터를 얻는 데 적어도 10년은 걸린다. 기초연구로 후보물질을 찾아낸 뒤 거쳐야 할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약물의 작용기전을 정립하고 효능을 확인하는 동물실험만 수십 차례는 한다. 게다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효능 확인을 위해선 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 1상을 거친 뒤 임상 2상까지는 가야 한다. 시간뿐 아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임상 2상에만 수백억원이 들기도 한다. 그나마 여기까지 오는 것도 쉽지 않다. 기초물질 발굴에서 임상 2상까지 마칠 확률은 20~30%도 안 된다.
거래소의 논리대로라면 신약 개발사는 애초 상장을 시켜선 안 된다. “효능 확인이 안 된 바이오 벤처 상장은 투자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는 거래소의 잣대에선 그렇다. 게다가 효능이 확인됐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전략적 임상 설계, 경쟁사 개발 현황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야 신약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 거래소 시각에선 신약 개발은 투자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나쁜 산업’일 게 분명하다. “거액의 임상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상장 문턱을 낮춰달라”는 바이오업계의 읍소가 들릴 리 없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상장하려면 신약은 포기하고 복제약이나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온다. 거래소의 상장 잣대가 혁신 신약 개발 의지를 꺾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거래소가 바이오 기업의 상장 문턱을 크게 높인 데는 바이오 기업들의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실패한 임상을 마치 성공한 것처럼 포장하느라 바빴고, 주가 올리기에 급급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바이오 상장을 차단하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와 바이오산업 발전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