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칠판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한 탓에 안정적으로 사업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때마침 터진 코로나19가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교육기자재 제조업에서 의료기기 제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아하(옛 아하정보통신)의 구기도 대표(사진)는 작년 ‘효도상품’인 비대면 안면인식 체온계를 개발하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공대를 졸업한 뒤 3000권이 넘는 전자기술 관련 서적을 읽으며 창업을 준비한 구 대표는 2007년 당시에는 생소했던 전자칠판으로 데뷔했다.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모니터를 활용해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칠판을 선보인 것. 전자유도 방식 터치센서 등 원천기술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했다. 전자칠판과 관련해 획득한 특허만 200여 건에 달했다. 그가 개발한 전자칠판은 세계 64개국에 수출됐다. 2014년 2000만불 수출의탑을 수상하고 2016년에는 동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연매출 300억원의 회사를 일궜지만 예상 못한 복병을 만났다. 중국 기업들이 구 대표가 개발한 전자칠판을 벤치마킹해 반값에 팔기 시작한 것이다. 매출은 횡보를 거듭했다. 영업이익률도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활로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부터 퍼진 코로나19는 구 대표에게 새로운 사업 아이템의 아이디어를 줬다. 팬데믹 상황에서 발열 증상을 미리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체온 측정용 적외선 센서와 인공지능(AI) 얼굴인식 알고리즘을 접목한 제품 개발에 나섰다.
신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원하는 사업 전환자금과 긴급 경영안정자금은 큰 도움이 됐다. 구 대표는 2020년 무이자로 지원받은 7억원의 자금을 연구개발(R&D)과 제품인증 비용 등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비대면 안면인식 체온계였다. 0.5초 만에 얼굴을 판독하고 체온을 측정할 수 있었다. 측정 오차는 30㎝ 거리 떨어진 상황에서도 0.2도에 불과했다. 2020년 5월 출시한 이 제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판매에 날개를 달았다. 서울시 중랑구를 시작으로 전국 CGV 매장 등에 2만7200대 이상 설치됐다. 회사는 작년 매출 710억원, 영업이익 106억원을 달성했다. 제품의 정확성을 인정한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제품을 의료기기로 승인했다.
구 대표는 최근 신사업 강화에 푹 빠졌다. 전자칠판, 안면인식 체온계와 전혀 다른 다양한 제품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 등을 99.9% 제거하는 공기살균 정화기가 대표적이다. 가정용 공기청정기보다 강력한 성능을 보유해 150평 상업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작년 8월 FDA에서 의료기기로도 승인받았다.
올 8월에는 회사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그는 “교육 기자재와 의료기기 제조 두 축을 중심으로 성장해 나가며 내년 1000억원 매출 고지를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