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구한 '팬데믹 영웅'…연봉 깎이고 암 걸려도 mRNA 연구

입력 2022-04-26 17:52
수정 2022-04-27 01:05
코로나19로부터 세상을 구한 이민자들.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우구어 자힌 최고경영자(CEO)와 카탈린 카리코 수석부사장을 지칭하는 말이다. 세계 첫 코로나19 백신인 화이자의 코미나티는 이들의 연구 결실이다. 터키 태생인 자힌 CEO와 헝가리 태생의 카리코 수석부사장을 ‘팬데믹 영웅’으로 부르는 이유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이식한 주역이다. 1955년 헝가리 솔노크의 정육점 집 딸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 한 번도 과학자를 만난 적이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가 미국행을 결심한 것은 1984년이다. 당시 정부 지원금이 바닥나자 헝가리에선 더 이상 mRNA 연구를 계속할 수 없었다. 마침 필라델피아 템플대의 박사 후 연구원 초청장을 받게 됐고 이는 카리코 수석부사장에게 ‘아메리칸 드림’ 티켓이 됐다.

이듬해인 1985년 그는 편도 티켓만 들고 남편, 딸과 함께 미국을 찾았다. 헝가리 정부가 나라 밖으로 반출하도록 허용한 돈은 100달러였다. 1000달러 남짓한 도미 자금을 딸이 아끼던 테디베어의 배 속에 넣고 꿰매야 했다. 연구를 위해 낯선 땅을 찾은 이민자에게 미국은 견뎌내기 힘든 나라였다. mRNA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선 수시로 대학을 옮겨야 했다. 당시 mRNA는 실현 가능성이 낮고 시장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수십 년간 비정규직 지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연봉은 6만달러(약 7500만원)를 넘지 못했다. 1995년엔 암 진단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연구가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은 1998년 드루 와이스먼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만나면서부터다. mRNA를 활용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백신을 만들겠다는 그의 계획을 들은 와이스먼 교수는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2005년 이들은 mRNA 치료제의 염증 반응을 없애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상용화에 한발 다가선 것이다. 이후 2011년 바이오엔테크가 그의 기술을 도입했다. 2년 뒤인 2013년 카리코 수석부사장은 바이오엔테크에 합류했다. 2020년 12월 바이오엔테크는 화이자와 손잡고 세계 첫 mRNA 백신을 출시했다. 30여 년간 이어진 그의 mRNA 연구가 상용화된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