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인 줄 알았는데"…통신사들 눈독들인 '요즘 뜨는 커머스'

입력 2022-04-26 15:25
수정 2022-04-26 15:26

"오늘 단 하루 타임 특가". 26일 오후 2시20분쯤 SK텔레콤의 커머스 서비스 '티딜(T deal)' 사이트에선 2시에 풀렸던 한정 수량의 특가 상품이 이미 완판됐다. 카네이션 생화 100개, STCO 티셔츠 2팩 100개 한정, 삼겹살 100개 한정, 쿠쿠 전기압력밥솥 10대 등이었다.

티딜은 문자 메시지로 이용자들이 살 만한 상품의 특가 정보를 보내주는 방식의 폐쇄형 커머스다. SK텔레콤은 2020년 사업을 시작했고, 이날 서비스 2주년을 기념해 특가 행사를 열었다. 회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갖는 마진을 최소화해 중소 상공인 마케팅을 지원하고 자사 고객에 혜택을 주기 위해 티딜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이동통신3는 티딜 같은 '폐쇄형 커머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사 고객에 혜택을 주기 위해 시작했지만 사업이 구체적 성과를 보이자 통신사들은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KT도 지난해 2월 '케이딜(K deal)'을 출시했고, LG유플러스 또한 '유플러스콕(U+콕)'을 지난해 상반기 시범 운영한 뒤 같은해 7월 정식 출시했다.

이들 서비스가 '폐쇄형'이라 불리는 것은 자사 가입자 대상으로만 서비스하고 있어서다. LG유플러스는 후발주자로서 차별성을 두기 위해 통신사와 상관없이 U+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신사는 무작위로 홍보 문자를 발송하지 않고 가입자의 성별·연령·지역·검색어 등의 가입자 빅데이터를 활용해 구매 가능성 있어 보이는 상품 정보를 선별해 문자 전송한다.

커머스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딜은 온라인 최저가가 아닐 경우 상품 목록에서 자동 배제되도록 했다. 이 밖에 티딜, 케이딜, U+콕 모두 전 품목 무료 배송을 내세우며 경쟁에 나섰다. 최근 이통3사는 '선물하기' 기능을 추가해 수취인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알면 배송될 수 있도록 하면서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통신사의 공격적 사업 진행으로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티딜의 총 거래액(GMV)이 서비스 출시 후 약 10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관련 사업에 대한 증권가 전망치도 긍정적이다. 키움증권은 티딜이 올해 1800억원의 취급고를 달성할 것으로 봤고, 관련 매출도 80억원 수준으로 증가해 수익성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SK증권은 케이딜의 올해 취급고 목표액을 100억~2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폐쇄형 커머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수단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의 경우 티딜에 입점한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33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폐쇄형 커머스로 축적한 데이터를 향후 금융이나 헬스케어 등의 사업에 적극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인 만큼 통신 서비스에 더한 플러스알파 개념"이라며 "통신 사업 기반으로 추가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