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자산운용, SK에 주주서한…"자사주 소각·리스크관리위원회 신설"

입력 2022-04-26 11:04
수정 2022-04-26 11:36
국내 가치투자 하우스인 라이프자산운용이 SK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 SK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급격한 구조변화에 따른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26일 라이프자산운용은 SK에 주주서한을 보내 “SK는 최근 적극적인 자본 운용을 통해 단순 지주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영역을 개척하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투자회사’로 구조 혁신에 성공했다”면서도 “SK의 뛰어난 투자성과는 여전히 시장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는 2017년 이후 연 11.5%의 주당순자산가치(BPS) 성장을 이뤄냈다. 이는 세계 최고의 투자회사로 불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BPS 성장률(연 12%)에 육박하는 수치다.

하지만 SK의 주가는 여전히 5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른 지주사와 마찬가지로 고질적인 지주사 디스카운트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라이프자산운용 측 설명이다. 또 이 운용사는 자사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로 인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시장이 믿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SK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해 자사주 소각 시행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SK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의 10%에 해당하는 180만주(시가 약 4600억원 수준)를 소각하라는 주장이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소각을 언급한 점에 대해 환영을 표한다”면서도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주총에서 말한 ‘고려할 만한 옵션’이 아닌 최우선 주주환원 정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SK는 지난달 2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경상 배당 수입의 30% 이상을 배당하는 기존 정책에 더해 기업공개(IPO) 등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한 이익을 재원으로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밖에 라이프자산운용은 SK의 급격한 구조변화에 따른 우려를 해소할 것을 요구했다. SK의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투자 리스크의 총량을 관리하는 리스크전담임원을 임명하고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강 대표는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신규투자 등 자본배분과 운용에 관한 사항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가치투자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접목한 펀드를 운용하는 하우스다. 국내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히는 이채원 의장과 남두우·강대권 대표가 이끌고 있다.

한편 이달 초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돌턴인베스트먼트도 SK에 자사주 매입·소각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낸 바 있다. 돌턴인베스트먼트는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이 밸류에이션(실적 재비 주가 수준) 제고에 훨씬 도움이 된다”며 “시장은 오버행 위험이 있을 때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주저하기 때문에 자사주 소각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