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역사가 가장 긴 모터쇼인 ‘뉴욕 국제 오토쇼’가 3년 만에 열렸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2021년 취소됐다가 올해 다시 열리면서 120회째를 맞았다. 미국 소비자와의 만남에 굶주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대거 출전했다. 한국 현대자동차·기아, 미국 GM·포드, 일본 도요타·닛산 등 20여개 업체가 미래 차 시장 선점을 위한 정면 승부에 나섰다.
올해는 200여 개 전시 모델 중 50여 개가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 차였다. 미국 정부의 ‘전기차 드라이브’에 적극적으로 부응한 모습이다. 관람객이 다양한 전기차를 직접 타볼 수 있도록 대형 실내 트랙을 준비한 것도 눈에 띄었다. 전시 모델의 절반에 달하는 100여 개 차량이 미국인의 선호를 반영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픽업트럭인 점도 특징이었다. 현대차·기아, SUV·전기차 총출격지난 13일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맨해튼 재비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뉴욕 오토쇼는 24일까지 이어졌다. 마크 셰인버그 뉴욕오토쇼 회장은 “지난 2년간 새롭고 흥미로운 제품과 기술, 진보를 동반한 아주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자동차 소비자에게 제공할 최고의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SUV인 ‘더 뉴 팰리세이드’와 ‘더 뉴 텔루라이드’를 공개했다. 기존 모델보다 개선한 상품성과 디자인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더 뉴 팰리세이드는 2018년 11월 처음 출시된 이후 3년5개월 만에 나오는 부분 변경 모델이다. 그릴을 확대하고,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DRL)을 하나로 이어 디자인의 통일감을 꾀했다. 현대차는 더 뉴 팰리세이드를 국내에 다음달, 북미 시장에 올여름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의 현지 전략형 SUV인 더 뉴 텔루라이드도 출시 3년 만에 나오는 부분 변경 모델이다. LED 램프와 주간주행등을 수직으로 배치해 기존 텔루라이드보다 한층 더 강인한 인상을 준다. 텔루라이드는 기아가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해 미주 지역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아웃도어 고객이 많은 점을 고려해 오프로드(비포장도로)용 트림(세부 모델)을 추가했다.
기아는 친환경 전용 SUV인 신형 니로를 현지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난 1월 국내에서 먼저 출시한 신형 니로는 사전 계약만 1만7600대로 큰 인기를 끌었다. 기아는 한국에 이어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신형 니로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오닉 5도 전시했다. 아이오닉 5는 미국에서 1분기에만 6244대 팔리며 현대차의 친환경 차 판매를 이끌고 있다. ‘전기차 후발주자’ 일본 업체들도 진격현대차·기아와 미국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일본 업체들도 대거 신차를 선보였다. 도요타는 전기 SUV인 ‘bZ4X’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기차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도요타가 bZ4X로 올해 반전을 노릴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대형 SUV ‘세콰이어’와 대형 트럭 ‘툰드라’도 새로 내놨다.
닛산은 준중형 전기 SUV ‘아리야’로 맞불을 놨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앞으로 5년간 200억유로 규모의 대대적인 전기차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스바루는 콤팩트 전기 SUV ‘솔테라’로 경쟁에 나섰다. 솔테라는 스바루가 도요타와 공동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채택했다.
미국 업체들은 대형 전기차 시장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쉐보레는 전기 픽업 ‘실버라도’를 선보였다. 내년 출시 예정인 실버라도 EV는 예약 주문만 10만 건을 넘어섰다. 이 차량은 올해 시판되는 포드 ‘F-150라이트닝’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뉴욕=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