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직업, 강력한 저항 내놓을 수 있어
중국 내 자율주행 기업인 포니가 광저우시 난샤 지역에서 100대의 무인택시 면허를 취득했다. 승객이 앱을 통해 호출하면 자율주행 택시가 호출 지역으로 이동하고 탑승, 이동 후에 내리면 앱으로 결제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안전 관리자가 탑승한다는 점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아직은 자율주행 택시가 아니다. 그런가 하면 일본 혼다는 오는 2025년 도쿄 시내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운행하기 위해 택시 기업과 손잡고 자율주행 서비스를 위한 기본 합의를 맺었다. 중국의 BYD 또한 오는 2023년부터 높은 레벨의 자율주행 구현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이처럼 자율주행을 위한 노력은 중국 뿐 아니라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에서도 활발하다.
지금의 흐름을 보면 2025년 정도면 자율주행 택시의 상용화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그런데 우려도 있다. 정작 인간 운전자 반대에 부딪쳐 상용화가 어려울 수 있어서다. 이를 의식하듯 자율주행에 20조원을 넘게 투자한 폭스바겐그룹도 자율주행을 기술적으로 완성할 수 있지만 사회적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엄청난 투자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사회적 반대의 목소리는 '운전'이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지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실제 2020년 기준 국내에 등록된 영업용 자동차는 175만대다. 택시, 버스, 화물 등을 생계로 이어가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 말을 뒤집으면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이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반박 의견도 많다. 운전 자체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기능에 해당되는 만큼 자율주행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한 데다 인구 감소로 운전할 사람 또한 줄어 로봇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개인택시 고령화 등을 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주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구 감소는 이동량 또한 줄여 굳이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100대의 택시가 운행된다고 할 때 시간이 흐를수록 운전자는 고령화돼 실제 운행이 70대에 그치면 로봇이 나머지 30대를 대체하도록 하자는 의견에 어차피 이용자도 줄어 70대만 운행해도 충분한 만큼 굳이 로봇이 필요 없다는 의견이 서로 맞서는 셈이다.
사실 자동차 역사에서 동력은 바뀌었어도 운전자가 사라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말(馬)에서 화석연료가 필요한 엔진으로 동력이 대체돼도 마부에서 운전자로 바뀌었을 뿐 조종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 또한 운전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법률 및 제도가 구축돼 왔다.
그럼에도 수레 등장 이후 5,000년 세월 동안 결코 사라지지 않았던 운전자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은 가히 광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명분은 사고율이 높은 인간 운전자를 로봇으로 대체해 교통사고 제로(0)에 도전하는 것이지만 이면에는 인간 운전자 비용을 낮추려는 사업자들의 속내도 포함돼 있다. '인건비, 연료비, 차값'으로 구분된 운송사업의 3대 원가 요소에서 인건비의 배제로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어서다. 동시에 로봇이 사고 또한 내지 않으니 보상 비용도 덜어낼 수 있다. 표면적인 명분인 교통사고 감소와 실질적인 목적인 인건비 절감이 맞물려 자율주행 기술의 속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자율주행에 사회 정치적인 명분이 끼어들 태세다. 하지만 정치권 또한 교통사고 및 일자리 동시 감소라는 명분 갈등에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가 분명한 교통사고는 반드시 줄이거나 없애야 하는 반면 일자리 또한 생계와 직결된 사안이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명분 갈등에도 불구하고 일단 자율주행은 운전자의 전면 배제를 향해 가고 있다. 교통사고 제로라는 기술적 목표가 분명한 탓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치권 또한 운전직업군의 반대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 이들은 숫자가 명확한 투표 집단이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감소와 일자리 감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우리는 어떤 항목에 우선을 두어야 할까? 자율주행이 던지는 핵심적 고민이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