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다섯 차례 근로계약을 갱신해 오면서 근무해 온 아파트 경비원에게 여섯번째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관리용역업체의 조치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비원에게 정당한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있다는 판단이다.
25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단독 김도요 판사는 지난 5일 아파트 경비원 A씨가 용역관리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사는 A에게 미지급 임금 246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9월 아파트 관리용역업체 B사와 기간제 경비원으로 일을 시작한 후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해 왔다. 짧게는 2개월, 길게는 8개월 가량 총 다섯 차례 재계약을 갱신하면서 근무하던 중 2020년 8월 B사로부터 갑작스럽게 ‘근무 불성실’을 사유로 근로계약 갱신거절 통지를 받았다.
근무기간 중 근무성적을 평가받지 않았고, 잘못을 저지르거나 시말서나 경위서를 제출한 적이 없던 A씨는 근로계약 갱신 거절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생각해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원직복직과 해고기간 중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아냈다.
그러자 B사는 A씨에게 이전에 근무했던 해운대구가 아닌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라는 전보발령을 냈다.
결국 A씨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A씨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 외의 다른 경비원들은 대부분 근로계약을 갱신해 왔고, 통상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아파트와 경비업체 사이의 용역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고용된 경비원을 계속 근무하게 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업체 측은 A씨와의 갱신을 거절한데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도 주장했지만,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작성한 순회지도감독일지에 따르면 "A씨로 인한 민원이 발생했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었으며 A씨의 근무평점도 60점에 못미쳤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판사는 “여러차례 가필 형태로 작성돼 있었고, 관리소장이 착오라고 번복하기도 해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근무평가에서 60점에 미달한 결정적 원인인 "불친절 민원"에 대해서도 B사가 구체적으로 발생한 민원 사건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서 제시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판사는 “A씨는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고, B사의 갱신거절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무효”라며 해고기간 중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을 대리한 정재훈 공단 공익법무관은 “짧은 기간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경우 갱신거절이 정당한지에 관해서는 사용자 측에서 입증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