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마지막 대어' EMK 인수전 에코비트, 해외 인프라 펀드 등 10여곳 참여

입력 2022-04-26 09:04
수정 2022-04-26 11:31
이 기사는 04월 26일 09: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폐기물 대어(大魚) 중 마지막 매물로 꼽히는 EMK(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 인수전이 흥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에코비트 등 국내외 전략적투자자(SI) 뿐 아니라 케펠인프라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까지 10여곳의 원매자가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MK의 최대주주인 IMM인베스트먼트-KDB산업은행과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 EY한영 등 매각측은 전날 회사 지분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LOI)을 실시했다. 입찰에는 에코비트(옛 TSK코퍼레인션)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국계 국영기업 등 SI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케펠인프라펀드, 스톤피크인프라스럭처 파트너스 등 글로벌 인프라 펀드들도 인수전에 이름을 올렸다.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는 참여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은 내주 중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를 선정, 통보한 뒤 상세 실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인수금액은 최대 1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이번 매각 대상은 한국환경개발, 비노텍, EMK승경, 다나에너지솔루션, 그린에너지, EMK울산, 탑에코, 케이디환경 등 8곳의 폐기물 소각 및 매립 업체다. EMK 자회사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신대한정유산업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대한정유산업은 일반 및 지정폐기물, 폐수, 폐유 등 다양한 종류의 폐기물을 처리한다.

신대한정유산업을 포함한 EMK의 2020년 전체 매출은 1286억원, 현금흐름창출력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50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인수전 초반이지만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와 해외 대형 인프라 펀드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국내 폐기물 산업은 몇년 전만 해도 소규모 업체들이 난립했으나,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흐름에 따라 SK 등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일정 수준의 규모를 갖춘 기업들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이번에 참여한 인수 후보군도 대형 폐기물 처리 전문 기업과 폐기물 투자에 관심이 많은 해외 인프라 펀드들로 국내 폐기물 산업의 통합(consolidation)을 통해 효율성과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관심이 많은 후보들이다.

에코비트는 태영건설이 대주주인 TSK코퍼레이션과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보유하던 에코솔루션그룹(ESG)이 지난해 합병해 설립된 폐기물 전문 기업이다. 태영건설과 KKR이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합병을 통해 폐기물 매립에서 수처리, 의료 및 산업폐기물 소각까지 폐기물 밸류체인을 통합했다. ‘볼트온(Bold-on·연관 사업 추가 인수)’을 통해 기업 가치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SI인 중국계 기업 역시 폐기물 투자를 위주로 하는 대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펠인프라는 싱가포르의 대기업집단인 케펠 코퍼레이션 계열 자산운용사다. 2020년 종합환경 폐기물 회사 EMC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미국계 인프라·부동산 전문 대체투자 운용사 스톤피크 역시 에코솔루션그룹 인수전에 2020년 뛰어들었다가 KKR에 밀렸다. 고성장이 예상되는 국내 폐기물 산업에 발을 들이기 위해 다시 한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평가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매각가도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매각에 성공하면 IMM인베스트먼트는 인수 5년 만에 투자원금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차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IMM인베스트먼트는 2017년 JP모건에셋매니지먼트로부터 약 3900억원을 들여 회사를 인수했다. 이후 케이디환경, 탑에코 등 전국의 폐기물 업체를 추가로 인수하면서 규모를 키웠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