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시급히 개정해야 하는 법안으로 부동산 세제를 꼽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담이 크게 늘어난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대폭 축소된 민간임대 등록사업자에 대한 혜택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보유세 과세 때 2020년 공시가 적용추 후보자는 25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종부세는 과세표준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2020년 또는 2021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정부가 발표한 보유세 경감 방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보유세 과표 적용 시 2021년 공시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조치를 통해 내년 약 1조원의 보유세가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추 후보자는 종부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세 부담 상한 등도 모두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주택자의 종부세율은 “문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문 정부 출범 후 0.6~3.0%로 오른 종부세율을 출범 전 수준인 0.5~2.0%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급격히 상향되고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조정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에서 공제액을 제한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산출한다. 추 후보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지난해 95%에서 올해 100%로 상향될 예정이어서 종부세 납세자의 과도한 세 부담을 야기한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보유세 경감 방안을 “세 부담 적정성과 부동산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손보겠다는 의견도 재확인했다. 추 후보자는 양도세 중과제도에 대한 질의에 “현행 다주택자 중과제도는 과도한 세 부담 적정화, 부동산시장 안정 등의 차원에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는 “새 정부 출범일인 5월 10일부터 1년간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취득세 완화도 시사했다. 추 후보자는 “과도한 취득세 중과는 부동산 거래 진입장벽을 높임으로써 거래 위축 및 시장 왜곡을 유발할 수 있다”며 “시장 관리 목적보다는 형평성·중립성 등 조세원칙과 납세자 담세력에 기반해 합리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확대문 정부에서 혜택이 대폭 축소된 민간임대 등록사업자에 대해선 “임차인 주거 안정에 기여한다”며 혜택 확대를 시사했다. 민간임대사업자가 신규·갱신 계약과 무관하게 임대료 증액을 제한받고 임대의무기간 준수, 임차보증금 보증보험 의무가입 등 포괄적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추 후보자는 “임차인이 안심하고 지속 거주할 수 있도록 민간임대 등록사업자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을 지속·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임대주택 수요 등을 감안해 우선 (지원) 과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확대를 위해선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추 후보자는 “도심에서는 대규모 택지 개발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은 더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과 관련해서는 “시장 왜곡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도 “급격한 제도 변화를 모색할 경우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재정준칙·고용유연화 필요추 후보자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재정준칙 마련,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제정도 꼭 필요한 과제로 꼽았다. 문 정부의 정책에 대해선 공과가 있다고 봤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선 “성장 정책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추 후보자는 “소득 증대는 성장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며 “소득주도성장의 기본 프레임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의 급속한 추진으로 취약 근로자의 고용 기회가 상실되고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는 등 악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문 정부가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높인 점은 잘한 일로 평가했다. 추 후보자는 “고용보험 확충,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등을 통해 고용안전망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강진규/황정환/정의진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