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이은해(31)가 구속 후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은해는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다음 날인 이달 20일 조사 때부터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거부했다. 그는 가족을 통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최근 구속한 이 씨와 공범 조현수(30)를 이날 오전부터 인천구치소에서 소환해 조사했다.
두 사람은 서로 분리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검거 직후 변호인 선임을 요구하며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던 이은해는 최근 태도를 바꿔 입을 열고 있지만,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은해와 조현수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진술 내용은 수사 중이어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향후 재판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피해자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 원을 노린 두 사람이 계곡에 빠진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보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경우엔 '작위',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작위'라고 한다.
검찰은 지난 16일 체포한 이들의 구속기간을 열흘간 연장했으며 다음 달 초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짧은 기간 여러 차례 결혼을 반복한 이은해의 행위를 두고 "범죄의 타깃을 고르는 과정이었을 개연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 교수는 지난 19일 YTN라디오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이은해가 결혼을 여러 번 한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란 질문에 "보험사기를 하는 사람들은 피해자를 선택하는 것 같다"며 "여러 명의 파트너를 물색하다가 불발되고 결국은 남편이 가장 이은해에게 쉽게, 완벽하게 기망을 당해서 희생이 되는 과정을 겪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사를 지휘한 인천지방검찰청 조재빈 1차장은 "이 사건은 신체접촉이 없는 특이한 사건으로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조 차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건 초기) 경찰 단계에서는 고의성 입증에 실패했다"라면서 "정황상 상호 모순되는 점 없는지 미진한 점 없는지 확인한 후 판사가 보기에 '살인한 게 맞다'고 확신이 설 수 있을 정도로 증거 확보해서 법원 보내는 게 우리의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은해와 조현수는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 모 씨(사망 당시 39세)를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2019년 10월 가평경찰서는 이 사건을 단순 변사사건으로 처리했다. 보험업계는 경찰이 초기 내사 단계에서 타살 혐의점을 찾지 못해 종결했으나 이후 보험사가 이은해를 보험사기 혐의로 고발하고 A 씨의 가족, 지인들이 의심스러운 정황을 경찰에 제보하면서 재수사가 이뤄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